문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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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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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광호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예방의학)
맹광호 가톨릭대 명예교수
맹광호 가톨릭대 명예교수

요즘 언론에 '문(文) 케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간단히 줄여서 쓰는 말이다.

문 케어의 핵심은 한마디로 국민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민간 실손 보험관리를 강화, 그리고 간호와 간병 통합서비스 같은 제도의 도입을 말한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환자 개인이 지불하는 의료비를 줄이는데 노력을 강화해 가는 양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OECD 국가 통계를 보면, 지난 2015년 우리나라의 개인당 진료비 본인부담률은 36.6%로 OECD 평균 19.6%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정부는 이런 현상을, 의료기관들이 국민건강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소위 의학적 비급여 항목들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대폭 줄여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비 급여 항목의 증가가 원래부터 낮게 책정된 건강보험의 수가 체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 같은 사실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일이다. 예컨대,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서비스의 원가 대비 수가가 87% 수준에 불과해 의료기관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만 하게 되면 적자를 보게 되고, 따라서 의료기관들은 그 적자를 메꾸기 위해 비급여 항목 진료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부는 정부대로 매년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려가고 있지만 실상 국가적 차원의 의료비 부담은 점점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런 국민의료비의 상승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90% 정도가 각종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에서도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인구 고령화는 가히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원래 국민 건강관리는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발생된 질병을 곧장 치료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건강관리 관행은 예방보다 치료에만 의존해 왔다고 봐야한다. 이런 치료중심의 의료관행은 과거 간단한 감염성 급성질환 이환율이 높았을 때는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외상치료나 항생제 투약 정도로 대개의 급성 감염성 질환들은 치료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 말 이후 일단 병에 걸리면 금방 치료가 되지도 않고 치료를 시작하면 거의 평생 동안 약물에 의존해야 하는 만성질환들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얘기가 다르다. 의료수요가 그만큼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노력했어야 할 일이다. 이 부분에 관한 교육과 연구, 그리고 지역사회 활동을 담당하는 것이 예방의학과 공중보건이라는 학문이다.

필자가 의과대학을 졸업하던 1960년대 말 서구 여러 나라의 질병양상을 보면, 그 때 이미 그들 나라에서는 암이나 심장질환 등 만성 질환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우리도 머지않아 이런 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고, 나름 많은 고민 끝에 예방의학을 전공분야로 선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만성질환 예방과 건강유지를 위한 생활 습관 개선, 그리고 정책변화를 위한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활동을 해 왔다. 광복 이후 미군 군정의 도움으로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게 잘 짜인 지역별 보건소 시스템을 강화해서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고 지역마다 수준 높은 국공립 병원을 확보해서 취약계층의 질병치료를 책임지도록 하자는 주장도 했다.

그동안 많은 조사연구에서 밝혔듯이 사람의 건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흡연이나 음주, 그리고 나쁜 식생활과 운동부족 같은 '생활습관'이며 이들이 건강에 기여하는 비율이 무려 40%를 넘는다. 그 다음이 유전을 포함한 생물학적 요인(30%), 환경적 요인(20%), 그리고 의료서비스(10%) 등의 순서다.

물론 나라마다 그리고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눈에 띄는 가장 큰 공통점은 의료서비스보다 예방을 위한 노력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국민의료비 약 97조 원 중에 무려 93%가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서비스에 지출되고 있다. 물론 정부나 의료계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보건소가 공중보건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국의 거의 모든 병·의원이 민간인에 의해 유지되는 우리나라 형편에서는 이를 바꾼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캐나다는 전국 보건의료기관의 98.5%가 중앙정부나 주 정부가 책임지고 있다. 프랑스는 약 50%, 미국과 일본은 각각 25%와 20%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5.4%에 불과하다.

그래도 늦기는 했지만 문 케어의 각론을 보면 정부에서는 공공보건의료의 비중을 높여감으로써 의료 공급자에 의한 의료비 상승을 최대한 줄이고, 치료 위주의 보건의료관리에서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활동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위한 접근 방식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이다. 여기서 이와 관련한 자세한 논의를 할 수는 없지만, 가령 최근 교육부가 주도하고 보건복지부도 동의한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 2022년 3월 개교 계획(안)이 이미 여당과의 협의까지 거쳤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걱정부터 앞선다. 언뜻 생각하면 특수 의과대학을 만들어서라도 보건소나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장기간 근무 할 수 있는 소위 공공보건의료 담당 의사를 늘려간다는 계획에 명색이 예방의학자인 내가 반대한다는 것이 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접근 방식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정원이 50명 안팎 밖에 안 되는 의과대학이 15개나 있다. 전국 의과대학의 1/3이 넘는다. 이런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어떤 이유에서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의사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기존 의과대학에 정원을 늘리고 이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졸업 후 의무복무를 하도록 하면 될 일이고, 예방의학 전문의사가 필요하면 의대 졸업자들 중에 1년 정도 보건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도록 장학금을 주어 교육시키면 될 일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은퇴의사들을 일정기간 교육시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인구 변화에도 유연성 있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이런 여러 방법들을 제처 두고 굳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새 의과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저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부의 이런 의도에 대해 교육 부실로 최근 폐교된 지방의 모 의과대학 대신 자기 지역에 새 의대를 신설하려는 국회의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를 한 번에 잠재우려는 시도라고 보는 견해는 그나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관련부처 공무원들의 일자리나 일부 대형 국공립의료기관 의사들의 교수자리를 위해 추진되는 조치라는 오해 아닌 오해까지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일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 담았던 한 친구는 정치적 이해득실과 연관된 정책은 이성적으로만 접근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알 듯 모를 듯한 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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