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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조기발견 못했다고 '형사처벌' 까지…판결문 보니

뇌종양 조기발견 못했다고 '형사처벌' 까지…판결문 보니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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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때 처치 못 해 편마비 악화에 큰 영향 미쳤다"
의료계 "민사·형사 과실 구분돼야" 탄원운동 등 반발

대법원은 폐암 환자의 뇌전이 병변에 대한 즉각적인 조기 처치가 늦어져 환자에게 편측마비 후유증이 남았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받은 흉부외과 교수에 벌금형을 선고한 1,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의협신문
대법원은 폐암 환자의 뇌전이 병변에 대한 즉각적인 조기 처치가 늦어져 환자에게 편측마비 후유증이 남았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받은 흉부외과 교수에 벌금형을 선고한 1,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의협신문

민사적·형사적 과실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대법원은 폐암 환자의 뇌전이 병변에 대한 즉각적인 조기 처치가 늦어져 편측마비 후유증이 남았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받은 흉부외과 교수에 벌금형을 선고한 1,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의료계는 민사적 과실과 형사적 과실의 구분점을 두지 않은 가혹한 판결이라며 방어진료를 양산할 수 있는 동 판결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A씨(66세)는 2013년 12월 10일 경기도 소재 B병원에 폐암 증세로 입원했다. B병원은 뇌 전이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A씨의 뇌 MRI 검사를 진행했다.

영상의학과는 'A씨에 14㎜ 크기의 뇌종양이 있고, 뇌 전이 의심이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A씨의 주치의인 흉부외과 C교수에게 전달했다.

C교수는 구체적인 증세가 없다는 이유로 단순 뇌경색으로 판단, 뇌에 대한 조직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고 뇌종양에 대해 A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2014년 6월 15일 A씨는 오른쪽 손가락 힘이 약해지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C교수는 뇌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2015년 7월 7일 뇌 MRI 검사를 실시해 4㎝ 크기의 뇌종양을 발견했다. 이후 A씨는 수술을 받았으나 편측마비의 후유증이 생겼다. C교수는 주치의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검찰로부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금고 1년 6개월의 형을 구형받았다.

1심에서 수원지방법원은 100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C교수는 A환자가 2015년 7월 의료진에게 뇌종양 수술을 권유받고도 2015년 8월 18일 처치를 받아 편마비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하나, 그보다 앞선 1년 반 동안 적절한 처치를 못 한 것이 편마비 악화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검사와 C교수는 모두 항소했다. 검사는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C교수는 "단순 뇌경색으로 판단해 조직검사를 하지 않았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편측마비 증상과 주의의무 위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2심 재판부는 둘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전이성 뇌종양의 치료방법으로 방사선 요법은 비교적 크기가 작은 다발성 전이성 종양에 적용되고, 개두술은 주로 종양의 크기가 커서 방사선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적용되는 점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과 같은 방사선 요법을 했다면 신경학적 장애 없이 종양이 치료될 수도 있는 점 ▲전이성 뇌종양 치료의 예후는 종양의 크기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점 ▲2013년도에 치료했다면 방사선 요법을 고려할 수 있었으나 2015년도에는 종양의 크기가 커져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했던 점 ▲2015년 이미 종양이 전체 운동신경을 침범해 수술 전 신경마비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수술 후 편마비 가능성도 2013년보다 훨씬 높아진 점을 고려해 "C교수의 과실과 A씨의 편마비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3년 12월 이미 전이성 뇌종양이 발병해 폐암 4기에 해당하는 등 완치가 되지 매우 어려운 상태인 점 ▲C교수가 소속된 B병원이 원심에서 확정된 손해배상청구소송 결과에 따라 A씨에게 손해배상금 7천여만 원을 지급한 점 ▲C교수가 범죄전력이 없는 점은 C교수에 유리한 사정으로 적용됐다.

2심 재판부는 "위의 정상들을 비롯한 여러 양형 조건들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가볍거나 무겁지 않다"며 1심의 판단을 그대로 따랐다.

대한정신과의사회는 "의사를 형사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며 성명을 내고 형사처벌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7월 26일 밝혔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 측에 대한 민사적 책임과 경제적, 도의적 배상을 지는 것은 마땅하나 형사적 사건처럼 간주하는 것은 의료 행위에 따르는 필연적인 사고를 모두 형사적 처벌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판결결과를 비판했다.

경기도의사회와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는 "의사의 진료행위 중 범죄적 행위로 다루어야 할 형사적 과실과 민사적 과실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해당 사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촉구하는 탄원서 제출하기 운동을 펼쳤다.

탄원서 운동에는 4일 만에 6500명이 넘는 교수 및 봉직의, 개원의 등 전 직역이 참여해 1만 명이 달성됐다.

탄원서 운동을 비롯한 의료계의 반발에도 대법원은 뇌종양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형사처벌이 부당하다며 A대학병원 교수가 신청한 상고를 20일만에 기각, 사건을 종결했다.

탄원서 운동을 주도한 경기도의사회는 "고의나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며 대법원 결정에 큰 유감을 표했다.

"직업상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특례법 제정을 통해 의료분쟁으로 무분별한 보건의료인의 전과자 양산 및 의사, 환자 신뢰 훼손을 방지하고 보건의료인에게 보다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을 통한 국민건강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올바른 형사처벌 기준 촉구를 위한 회원 집회도 고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해당 교수는 흉부외과의사로서 30년 동안 사회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며 "이번 판결은 유능한 의사들의 위축된 진료와 방어진료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한 위험성을 재판부와 이 사회가 절실히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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