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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전부 없애는 정책 실현 불가능"
"비급여 전부 없애는 정책 실현 불가능"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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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건강보험 기본 틀부터 잘못"
"의료이용 시장 '수요' 아닌 '필요도' 토대로 배분해야"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계획을 진행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가운데 의료보장성 강화 실패의 원인이 건강보험의 기본 틀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규식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명예 교수(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는 19일 건강복지정책연구원에서 발행한 '건정연 ISSUE Paper'를 통해 ▲건강보험 의료시장의 이용자와 공급자의 올바른 개념 ▲필요도를 토대로 한 의료 배분의 타당성 ▲지나친 보험재정 강조로 인한 '의료 질 확보'의 어려움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단일재정-복수구매자 건강보험 거버넌스 구조 제안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에 대한 정부의 이중 잣대 등을 언급하면서 건강보험제도의 새로운 틀을 제안했다.

이규식 교수는 "보장성 제고는 쉽지 않은 과제다. 2004년 이후 보험료는 매년 인상했지만 보장률은 거의 그대로"라며 "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제고가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환자 의료비 부담 실태조사 및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근로자 보험료율은 4.21%에서 매년 증가했으며 2016년도에는 6.12%로 거의 2% 가까이 증가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이에 2006년 64.5%로 상승한 이후 2016년(62.6%)까지도 2006년의 보장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별표 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환자 의료비 부담 실태조사 및 건강보험통계 연보'  ⓒ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 '환자 의료비 부담 실태조사 및 건강보험통계 연보' ⓒ의협신문

문재인 정부는 "비급여를 전부 없애겠다"며 선택진료제도를 없애고, 상급병실도 2인실까지 건강보험의 급여로 하는 등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교수는 "비급여를 전부 없애겠다는 정책은 실현 불가능하다.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보험재정 문제와 보험수가를 놓고 의료계와 심각한 갈등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며 "1977년 사회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도입의 이념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 건강보험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보험정책을 채택해도 보장성 강화를 달성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잘못'이해한 건강보험시장 이념으로 가장 먼저 '건강보험 의료시장을 의료이용자(일반 국민)와 의료공급자(의료기관)가 형성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문제를 꼽았다. "건강보험의료의 구매자는 의료이용자(일반 국민)가 아닌 보험자(건강보험공단)"라며 "이러한 인식 없이는 어떠한 정책도 제대로 집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료이용자가 보험수가의 일부만 지불해 가격 민감성이 떨어져 도덕적 해이가 극심해질 경우 보험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한 이 교수는 "의료이용을 시장 '수요'에 맡길 것이 아니라 '필요도'를 토대로 의료를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필요도'는 의료보장 국가에서 의료이용 배분에 활용하고 있다. 인구학적, 역학적, 의료기술적,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므로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정부나 보험자가 결정한다. 공급자의 위계적 단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며 가입자인 일반 국민은 공급자의 위계적 조직을 따라 '필요도'를 충족하게 된다. '필요도'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의 위계적인 조직화와 계획이 필요하다.

"각 위계에 따라 필요도를 다르게 측정하고 진료의뢰체계에 따라 의료를 이용하면 비급여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 이 교수는 "우리는 공급자 조직의 위계화나 의료계획도 없어 보장성 강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 의료 시장에서 가격이 너무 높으면 보험재정이 압박을 받고, 가격이 너무 낮으면 의료공급자가 경영의 어려움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추게 된다"며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보험재정만 강조해 질 확보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 재정-단일 구매자 시스템으로는 의료의 질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의료서비스 배분 과정에 대해 의료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단일 재정-복수구매자' 거버넌스 구조를 제안했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의협신문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 ⓒ의협신문

"우리나라는 공공의료를 별도로 정의하고 공공의료기관만 공공의료 생산자로 간주한다"며 "정부의 필요에 따라 민간의료기관을 포함 또는 불포함시키는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며 건강보험의료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민간의료기관의 협조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르며 경제는 저성장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가 의료이용도는 가장 높다"면서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보험제도가 붕괴할 위험성이 있다.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건정연 ISSUE Paper'를 통해 ▲건강보험의 이념 ▲'필요도' 접근을 토대로 성립되는 건강보험제도·의료계획의 타당성 ▲일반적 상품으로서의 의료와 의료보장 의료의 차이 ▲의료의 영리성 배제 방안 ▲공공의료의 올바른 정의 ▲공공병원의 정체성 확립 ▲일반 국민의 반응성을 반영할 수 있는 건강보험의 스튜어드십 ▲의료서비스의 질 확보 ▲공공의료 생산자로서의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책 ▲의료의 산업화와 건강보험제도의 양립 등의 주제를 차례로 다루며 새로운 건강보험제도의 틀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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