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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범죄자 만드는 정신보건시스템 개선해야
정신질환자 범죄자 만드는 정신보건시스템 개선해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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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할 때까지 방치...제대로 치료받도록 해야 진정한 인권 보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문제 많은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 촉구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정신질환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현행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을 시급히 재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사고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 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자를 위해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권보장을 추구하는 것이고, 사회적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아픈 환자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현재의 정신보건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2016년 5월 29일 공포(2017년 5월 30일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 의무자 2인의 입원동의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 진단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및 정신건강복지심의위원회 등 비자의적 입원에 대한 복잡한 심의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치료의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으며, 지원 대책 역시 미비하다는 것이 정신건강의학계의 진단.

신경정신의학회는 "입원절차를 까다롭게 만드는 것이 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면서 "퇴원해서 재발을 반복하는 정신질환자를 위해 촘촘한 치료유지와 지역사회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책 없이 방치할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지역사회 기반을 둔 '외래치료권고제'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개입전략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정부와 공공시스템은 정신질환자를 도울 수 있는 어떤 기전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채 관리 부담을 온전히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자타해 위험성이 발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보호자에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부가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했다는 '전문의 2인 진단제도'와 '입원 적합성 심사위원회 제도'의 경우 상호 모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입원 당시의 적합성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시점이 입원 후 30일 이내라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타당하지 않고, 이미 2명의 전문의가 치료 필요성을 진단한 것에 대해 평가하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입원 초기에 전체 비자의 입원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와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법 또는 준 사법 입원체계의 필요성을 수차례 제안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현장 감각을 상실한 채 서면심사에만 의존, 좀 더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퇴원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적으로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추가 인력을 배치하려는 데 대해서도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꼬집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잘 회복된 조현병 환자는 같은 진단명을 가진 환자들의 사건·사고에 의기소침해 하고, '나도 저럴 수 있는 것인가?'라고 불안해 한다"면서 "더는 아픈 환자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혀 사회에서 외면받는 집단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인권보장을 위해 비자의적 입·퇴원 시스템을 전면 재개정하고, 사각지대 없이 촘촘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 신경정신의학회는 "죄를 짓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법률을 제대로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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