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슈바이처의 위대한 정신을 이어가고 싶다
청진기 슈바이처의 위대한 정신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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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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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언휘 원장(대구 수성·박언휘종합내과의원/한국노화방지연구소 이사장)
박언휘 원장(대구 수성·박언휘종합내과의원/한국노화방지연구소 이사장)
박언휘 원장(대구 수성·박언휘종합내과의원/한국노화방지연구소 이사장)

가뿐히 상상을 초월해버린 지난 정부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일국의 대통령이 불법 의료 시술을 받는 풍문이라니. 히포크라테스에게 부끄러웠고, 청진기를 쥔 내 손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한 사람의 의료인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그동안 정치 언어는 심하게 오염됐고, 오염된 언어가 세상 곳곳으로 흘러들며 악몽의 현실을 연출해냈다. 그것은 음험한 잔혹 동화 또는 중세의 비극을 닮은 악몽이었다. 

우리는 외쳤다. 자유를 부르짖고, 민주주의 만세를 불렀다. 그 외침들이야말로 흑마술사 집단에 의해 억압돼 온 민중의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광장의 촛불은 오염된 언어를 정화하고 민중의 목소리를 되찾는 축제이기도 했다. 

촛불은 횃불의 물결로 번지며 새로운 역사의 장으로 흘러갔고, 우리는 마침내 '흑마술의 극장'의 막을 내리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숨 가쁘게 흘러간 시절이었다.

촛불의 함성이 잦아들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신생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가지도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나라 전체의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새삼 실감하는 요즘이다. 촛불혁명이 탄생시킨 정부이니만큼, 광장에서 터져 나온 민중의 염원을 배반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가 되리라고 기대해왔다.

이제 우리도 그만 악몽의 기억을 떨치고, 광장에 희망의 극장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참여하고 실천하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역사라는 극장의 무대에 올라 희망의 노래를 불러야 할 때가 아닐까. 나도 한 사람의 의료인으로서 이 정부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나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샤랄랄라~.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을 맞으러 광장에 나가봐야겠다고 생각도 해봤다.
나는 위인들의 전기를 읽으며 꿈을 키워온 '위인전 세대'다. 위인전은 애국심과 인류애에 대한 실천 의지로 똘똘 뭉친 모범적 인간의 전형을 제시하는 텍스트다. 위인으로 기록된 인물들은 자기 자신보다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모색하고, 인류애에서 우러나온 헌신의 노력으로 위대한 개인의 역사를 써나간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들에게 위인전을 읽히는 행위에는, 자녀들이 위대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라는 부모로서의 은근한 기대가 숨어 있다. 

나의 아버지도 그러셨던 걸까.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아버지는 장녀인 내게 위인전을 읽히셨다. 그때 어린 마음에도 나는 아버지의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위인의 생애를 통해 내게 가르쳐주고자 하셨던 것. 그것은 애국심이었음에 틀림없다. 어쩌면 아버지도 선친의 가르침을 통해 애국의 의미를 가슴 깊이 되새겼을 것이다. 말하자면 '애국·애족'은 우리 가족의 심리적 가훈이나 진배없다. 

그렇다. 나는 독립투사의 후손이다. 나의 조부이신 박○○ 옹은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사로 활약하며 독립자금을 마련하는 일에 헌신하셨다. 독립운동자금 헌납 사건으로 선친과 함께 투옥되어 3개월간 옥살이도 하셨다. 뒤늦게 이 사실이 확인돼 독립투사 33인에서 34인으로 추가된 독립운동가, 바로 그분이시다. 

독립투사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내게 자부심이자 자랑이다. 애국애족은 신념이자 삶의 지침이 됐다. 내 정신의 혈관에는 항상 '나라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신념의 혈액이 흐른다. 내가 '보훈 대상'을 제정해 애국 애민정신을 되살리려 한 것도 이러한 신념의 발로였다.

다시 위인전 얘기로 돌아가 보자. 
내 인생의 등대로 다가온 첫 번째 위인은 마리 퀴리였다.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하며 세계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라는 명성을 얻은 물리학자 겸 화학자 마리 퀴리. 과학계에 만연한 여성차별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취인지라 더욱 위대해 보이는, 위인 중의 위인이었다.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으며 나도 그처럼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가슴 깊이 자리하게 됐다. 그의 성취는 앞으로 내가 이뤄가야 할 꿈이자 소망이며 희망이었다. 그러려면 먼저 대처로 나가 보다 넓은 세상을 보고 익히고 경험해야 했다. 마리 퀴리의 담대한 용기가 내 정신의 그릇을 키워준 셈이었다. 

중학교에 다니면서 내 삶의 행로를 이끌어준 두 번째 위인을 만났다. 바로 '밀림의 성자'로 불리는 슈바이처다. 섬의 열악한 의료 환경이 그를 재발견하게 해준 계기였다. 의료시설이 부족한 탓에 맹장염 등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에 걸린 주민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상황을 목도하곤 했던 것이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반 친구가 병에 걸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돼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이어졌다. 이제 내가 닮고 싶은 위인은 마리 퀴리가 아니라 슈바이처로 바뀌었다. 

지난 선거에서 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연민의 정서를 내비치는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무해줄 휴머니스트 지도자가 우리에겐 절실해 보였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그 어떤 후보보다 준비된 후보로 보였고, 균형 잡힌 시각과 미래에 대한 안목도 돋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하나하나 증명해 보여주길 바랬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대통령, 국민이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한 대통령이 탄생했음을 실감하고 싶었다. 모쪼록 그가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면서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하는 '위인전'의 역사를 써나가기를 기원했다. 그리하여 누군가의 삶을 밝혀줄 등대가 되어줄 위인으로 기록되기를 바랬다. 내게 슈바이처가 그러했던 것처럼. 
사실 나는 지난 선거에서 크게 기여한 바가 없지만 그럼에도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 
먼저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했으면 한다. 의료현장에서 간혹 절망적인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배려가 절실해 보이는 환자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한 환자의 고통은 가족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가족의 고통은 그 가족 구성원의 친구와 친척, 동료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한 환자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치료는 다섯 또는 열 명 국민들의 심적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하나는 우리 정부도 이제 예방의학에 좀 더 많은 투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중병에 걸리면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과 그 기간 동안 겪는 고통의 수준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는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병에 걸리기 전에 적절하고 꾸준한 예방조치를 취했다면 충분히 피해갈 수 있었을 부담이다. 

예컨대 지속적인 운동이나 식이요법, 예술 감상 등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질병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을 개발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면 어떨까 싶다. 

문재인케어가 아닌, 국민을 위한 포퓰리즘이 아닌, 실제적인 의료에서의 인프라와 국민을 위한 정책이기를 바란다.

모처럼의 기회를 잘 살려 우리나라 의료의 재도약 발판을 구축했으면 좋겠다. 정부의 노력만이  수많은 애국의 촛불을 들고 지지하고 동참해온 이들의 희망이 실현 가능한 일이다. 

샤랄랄라~. 이 비가 그치면 희망의 바람이 불길 바란다. 그 바람을 맞으러 광장에 나가봐야겠다. 물론 내 손엔 진료가방이 들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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