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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보험 청구대행 간소화 사업 또 다시 '꿈틀'

민영보험 청구대행 간소화 사업 또 다시 '꿈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0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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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금융당국 주도하다 의료계 반발로 무산…이번엔 민간서 재추진
의료기관 청구대행사업 실전 배치 눈앞…의료기관 희생 강요해 업체와 갈등 예상

ⓒ의협신문
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seho3ⓒ의협신문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를 비롯한 민간단체와 기업이 민영보험 청구를 환자 대신 의료기관이 진행하도록 청구절차 간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의료계를 자극하고 있다.  

민영보험의 의료기관 청구대행은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려다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사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빠진 대신 민간단체와 기업이 협업체계를 만들어 민영보험 의료기관 청구대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자문서산업협회는 "국민의 3분의 2가 민영보험(실손보험 등)에 가입했으나 보험회사에 청구할 때 각종 증빙서류 제출 절차가 까다롭고, 보험회사와 병원도 종이 문서로 제출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면서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민영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영보험 청구대행 간소화 사업에는 전자문서산업협회와 대한병원정보협회를 비롯해 의료정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비트컴퓨터·엠에스인포텍, 의료서비스 개발 벤처기업인 유니마인드가 협업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민영보험 청구대행 간소화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유니마인드는 이미 민영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프로그램(유니다이렉트온) 개발을 완료했으며, 병원-보험사와의 연계 단계를 거쳐 실전 배치만 남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니다이렉트온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실손보험금 청구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유니마인드 측은 보험금 청구를 위한 각종 서류 신청에서 발급·처리 절차를 단일 서비스 플랫폼에서 지원, 민간보험 가입자는 물론 보험회사와 병원의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민영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는 병의원과 약국에서 발급하고 있는 각종 서류를 전자문서화 한 뒤 '민영보험 청구 중계시스템'을 이용해 민영보험회사에 전달하는 방식. 민영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이 일일이 병의원과 약국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

그러나 의료계는 민영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했다. 

의료기관이 자비를 들여 전자차트를 구축하고, 환자를 진료한 후 진료비용을 청구하는데, 청구대행 간소화 서비스를 하는 업체와 보험회사가 환자 불편 감소를 이유로 전자차트에 간소화 프로그램을 탑재해 사용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업체와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의 전자차트에 프로그램을 무임승차처럼 탑재하고, 돈은 돈대로 벌겠다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

민영보험의 청구대행 서비스는 2015년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대행 종합계획을 발표할 당시부터 문제가 됐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1월 업무계획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발표, 대한의사협회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보험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위해 여러 가지 서류를 병원으로부터 발급받고, 이를 다시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했던 것을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간 업무를 간소화하기 위해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의협을 비롯한 보건의약단체는 즉각 공동 성명서를 내고 환자 진료기록이 보험회사로 유출될 우려가 있고, 보험사와 보험가입자 간 분쟁에 의료기관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청구대행 업무를 할 때 불필요한 행정인력이 발생한다고도 지적했다.

보건의약단체는 성명서에서 "실손보험 보건의료기관 대행청구는 소액 보험금 청구를 간편하게 한다는 미끼를 이용해 현재보다 국민의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보건 의료비 지출을 절감해 민간보험회사의 보험료 지급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보건의약단체는 특히 "환자의 진료기록을 전자적 방식으로 보험회사에 발송할 경우,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환자의 정보를 축적하기 쉽고, 이에 따라 환자의 민감한 진료기록이 유출되거나 보험회사가 환자들의 병력 및 진료행태를 분석해 더욱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당시 국회는 실손보험의 의료기관 청구대행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 보험업법 개정안 추진을 보류했다.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청구대행 간소화 계획이 중단된 상황에서 이번에는 민간 단체와 기업체가 청구대행 간소화 서비스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나서면서 갈등을 예고했다.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와 대한병원정보협회는 민영보험 청구를 위한 의료 전자문서 유통 체계와 의료기관 중심의 민영보험 청구 간소화 체계를 마련하고, 비트컴퓨터·엠에스인포텍은 유니마인드와 함께 청구 간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기관 및 기업은 현재 서비스 개발을 완료하고 보험회사와의 연계를 위한 다음 단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대행 간소화 서비스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다는 것.

이들 참여기관과 업체들은 "금융당국과 보험회사의 청구 간소화 요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의료법 및 의료기관의 현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의료기관 중심의 민영보험 청구서류 간소화 체계를 마련해 병원의 청구 기록 발급이 증가함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고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해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니마인드는 민영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인 '유니다이렉트온'을 개발한 상태이다.

유니마인드 관계자는 "정부 기관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고, 분당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에서도 업체와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한병원정보협회와 논의를 해서 전자문서 기준을 마련하고 병원 전산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비트컴퓨터와 엠에스인포텍은 EMR 개발 업체인데, 많은 병원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어 청구 간소화 서비스 사업에 관여하게 됐다"고 밝힌 유니마인드 관계자는 "민간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각종 증빙서류 발급을 신청하게 되는데, 가입자가 제3자인 보험회사에 진료기록 열람 위임 동의를 해주면 보험회사가 유니마인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자문서를 전산상으로 발급받아 보험회사로 보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에서는 의료법, 유니마인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리고 전자문서는 PDF 형태로 전송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데이터를 자동으로 축적해 재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구대행 간소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진 연세의료원은 이번 사업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세브란스에서 사용되고 있는 'My 세브란스' 내 '실손보험청구'는 병원 자체 추진사업이며, 대한병원정보협회와 전자문서산업협회에서 진행하는 민영보험 청구절차 간소화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대한병원정보협회와 전자문서산업협회에서 민영보험 청구절차 간소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세브란스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민영보험 의료기관 청구 대행 흐름도
민영보험 의료기관 청구 대행 흐름도

민간차원에서의 민영보험 청구대행 간소화 서비스 사업 추진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알려지자 은상용 의협 정보통신자문위원은 의료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은 자문위원은 "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고 전자차트를 이용해 비용을 청구하면 되는데, 업체들이 의료기관의 전자차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민간보험 청구까지 손을 대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또 "의사들이 비용을 지급하고 사용하는 전자차트에 왜 다른 업체가 끼어들어서 자기들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전자차트를 이용해 민간보험 청구대행을 하려면 전자차트 비용을 깎아주던가, 다른 인센티브를 의사들에게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 자문위원은 "업체들은 환자들의 편의성을 이유로 청구대행 간소화 서비스를 한다고 하는데, 환자가 직접 민간보험회사에 서류를 제출하고 비용을 청구하면 될 일을 왜 의료기관(의사)이 대신 청구를 하게 하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업체들은 전자문서 형태로 보험회사에 서류가 전송된다고 하지만, 서류를 압축 및 암호화해 전달할 때 어떤 형태로 보험회사에 데이터가 축적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도 청구대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쟁점과 의료계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실손보험은 의료기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보험회사와 가입자 개인 간에 발생하는 계약 관계인데, 제3자인 의료기관에 실손보험 진료비 청구를 대행하도록 하는 것은 보험회사가 마땅히 부담해야 하는 행정업무를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행태"라고 문제를 짚었다.

의협 관계자는 "보험사가 환자 정보를 손쉽게 축적할 수 있고, 환자 병력을 분석해 질병에 걸리기 쉬운 가입자를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환자들의 민감한 질병정보와 개인정보가 쌓이면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심사 와 표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귀뜸했다.

그러면서 "대형병원은 자체적으로 EMR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소규모 의료기관은 EMR 업체의 프로그램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는 의협 관계자는 "EMR 공급 업체가 민간보험회사와 손잡고 의료기관의 전자차트에 청구 간소화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간소화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챙긴다면 의료계의 비난이 거세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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