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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부추기는 분쟁조정법 개정안 또 발의
분쟁 부추기는 분쟁조정법 개정안 또 발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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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헌 의원 "의료사고 때 의사가 피해자에게 내용·경위 등 충분히 설명"
의료계 "수술 전 설명하고, 사전동의 받아...손해배상책임 법리 오해" 지적
송기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및 보건의료인은 피해자 또는 보호자에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사고의 내용, 사고 경위 등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료분쟁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자 의협이 개정법률안 반대의견을 냈다.(사진=pixabay)
송기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및 보건의료인은 피해자 또는 보호자에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사고의 내용, 사고 경위 등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료분쟁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자 의협이 개정법률안 반대의견을 냈다.(사진=pixabay)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의사)이 피해자(보호자)에게 의료사고의 내용, 사고 경위 등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규정한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의료사고'는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예상외로 발생한 나쁜 결과를 뜻하며, 의사가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경우의 '의료과오'와는 의미가 다르다. 객관적(법적)으로 '의료과오'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했을 때 '의료과실'로 규정, 민사·형사·행정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최근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및 보건 의료인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사고의 내용, 사고 경위 및 보상방안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이 발의되자 대한의사협회는 각시도의사회·대한의학회·대한개원의협의회·각과 개원의협의회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안 발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의료계 각 단체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의료 관련 손해배상책임 법리를 간과한 개정 입법 취지의 부당성 ▲의료인의 설명이 필요한 의료사고의 범위 불명확 ▲의료법에 따라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해 사전 설명했음에도 재설명의무 부과의 문제 ▲의료인의 헌법상 양심의 자유 침해 ▲의료현장과 의료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 필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정리했다.

의협은 "의료행위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의료인이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사고로 단정 짓고 의료인이 의료사고의 내용과 사고 경위, 보상방안까지 설명하도록 하는 개정법률안의 입법 취지는 재판부의 법률적 판단을 전제로 하는 의료 관련 손해배상책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개정법률안의 '충분히'라는 용어는 대표적인 '불확정개념'"이라고 밝힌 의협은 "개정법률안이 의료인이 설명이 필요한 의료사고의 범위에 대해 그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의료사고의 경중을 불문한 채 단지 '의료사고'로만 명시하고 있다"며 "설명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고 있는 개정법률안은 법률유보 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에서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에 설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는 "송기헌 의원의 개정법률안은 의료법의 설명의무에 더해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수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의해 수술 등에 따른 후유증·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동의서까지 받고 있는데, 이러한 사전조치에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까지 의료인에게 '재차' 설명의무를 부여하는 개정법률안의 입법 취지는 정당성과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사고의 판단과 이에 따른 손해의 분담은 법원에 의한 법률적 판단의 문제이고, 의료인에게도 과실이 없음을 입증할 방어기회 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개정법률안은 의료인에게 의료행위의 악 결과와 그 인과관계를 시인할 것을 법률로서 종용하고 있어 헌법상 의료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인에게 보상방안까지 설명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채무가 있음을 사전에 승인하도록 함으로써, 향후 소송단계에서 의료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의료행위는 결과 예측 역시 쉽지 않음에도 개정법률안은 의료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의료인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만을 하고 있어 소극적인 방어 진료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개정법률안은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만을 양산해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이번 기회에 의료인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하고,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외면하고 있는 현행 의료분쟁조정법과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의료사고 해당 여부가 다투어질 수도 있는 사안에 의료사고임을 전제로 내용, 경위, 보상방안까지 설명하도록 하는 것은 보건 의료인에게 사실상 과실 및 인과관계를 인정하라는 것"이라며 개정법률안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전라남도의사회는 "환자의 단순 불만족 등에 의한 다툼이 있는 의료분쟁을 사고라고 하는 것은 타당치 못하며, 사건의 주장에 앞서 책무만을 강조하는 것은 악용 소지가 존재한다"고 의견을 냈다.

또 "의료영역만 과도하게 직업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타 직업과의 평등성과 직업 의무 형평성에 매우 어긋나며, 개정법률안은 사실 여부의 인과관계가 규명되기 전 논쟁이 있을 수 있는 의료행위를 일방적으로 의료사고로 매도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경외과의사회도 "의료과오로 인한 사건만이 배상 대상이 되며 그 판단은 중재원 및 법원 등의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배상의 대상이 되는 의료사고인지 결정되지 않은 채 보상방안의 설명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의료사고의 정의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모든 분쟁의 설명 의무화는 과도한 개입이며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료분쟁조정법 산하단체 의견을 수렴, 지난 6월 27일 의료분쟁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입법조사처 전문위원, 보건복지부 등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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