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의사들의 거리 나서기
'문재인 케어' 의사들의 거리 나서기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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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
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

의사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엄숙히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선서를 한다. 이는 학문적 뿌리를 공유하는 한·중·일 동양 문화권은 물론 고대 그리스 문화권인 서양에서도 지켜오는 오랜 예식에 따른 것이다. 의학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수도 없이 들어온 정신을 마지막으로 다짐하는 순간이 바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절차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름지기 의사라면 주변에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면 언제 어떤 형태로든 능동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마음의 자세'를 갖고 있다. 그 한 본보기가 바로 '국경 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다. UN 같은 국제단체의 재정적 도움 없이 뜻을 같이하는 의사들이 모인 시민단체로 표방하는 이름처럼 국경을 넘나들며 의료의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의학 교육의 바탕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내재된 환자 사랑 정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엄숙한 '선서'를 한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는 모습은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전국적 규모로 집단행동에 돌입했을 때 동료 및 후학들을 지켜보면서도 그랬다. 소리 없이 울부짖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의사가 환자 곁을 박차고 거리로 나가는 것만은 막으려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런데 지난 5월 또다시 후배 의사들이 전국적 규모로 거리에 나섰다. 정부가 자랑스럽게 표방하며 내놓은 이른바 '문(文) 케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물론 필자는 이번에도 의사가 거리로 나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훗날 역사에 떳떳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염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문 케어'가 지닌 다른 차원의 포퓰리즘을 보면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게 사실이다. 마음으로는 동료 후배들과 같은 뜻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큰 조직의 힘을 과시하려는 듯 의료계 주장의 모순성을 지적하며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근래 라디오나 TV 같은 각종 공중파 매체를 비롯한 모든 언론 지면에 '문 케어'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후배 동료 의사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되고, 이기적이며, 반사회적인지를 일방적으로 서슴없이 부각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환자와 의사 간의 소중한 신뢰를 국가 기관이 앞장서서 무자비하게 짓밟아버리는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 현실의 문제에 급급해 정부가 앞장서서 의료 현장의 윤리성을 유린하는 현상을 보고 어찌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문 케어' 속 포퓰리즘, 의료체계 붕괴될 수 있어
의료 시스템, 겉만 번지르르…의료수가 구조적 결함 

 

한 예로 '문 케어'는 그동안 의사 집단에 수익성 높았던 초음파 검사비를 의료 소비자인 환자를 대신해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니 얼마나 좋으냐고 홍보한다. 하긴 그 좋은 '공짜'를 누가 반대할까? 

문제는 '문 케어'가 의사의 수입원에 대한 대책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당사자들은 수입원의 강탈로 보며 위기감을 숨기기에는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현 정부가 '문 케어'를 위해 쓰려는 돈은 그동안 건강보험공단이 알뜰하게 차곡차곡 모아온 '쌈짓돈'이다. 하지만 그 재원은 그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해야 할 검사료를 환자들이 부담하면서 쌓아온 '환자의 돈'이다. 그 액수가 무려 20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엄청나게 많은 흑자가 '문 케어'를 시행할 경우 3년을 못 버티고 '탕진'될 것이라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 후'를 걱정하는 이유다.

오늘날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비어 있는 외화내빈(外華內貧) 상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의료 수가의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나라 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관상동맥스텐트시술'을 미국 종합병원에서 받으려면 약 1000만 원(1만 달러)인 반면, 한국은 100만 원에 불과하다(스텐트 1개 기준). 고관절 수술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체로 미국 수가가 한국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적게는 5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고가의 각종 최첨단 의료기기, 고가의 약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의료계 입장에서는 미국보다 높은 수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시장 논리에 맞는 것 아닌가. 미국의 커피 한 잔 가격이 4∼6달러(약 5000원)이고, 국내에서도 약 5000원인 걸 감안하면, 의료수가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그래서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이 거리로 나가 저수가를 정상화 해야 한다며 절규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우화 아닌 우화'가 있다. 국내 종합병원 산부인과의 최신 수술실 환경에서 아이를 낳을 때 내는 분만 수가가 애완견이 동물 병원에서 새끼를 낳을 때 지불하는 '출산비'보다 낮다고 한다. "사람 값이 개(犬)보다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의사들의 넋두리는 괜한 얘기가 아니다. 이 코미디 같은 얘기를 그냥 듣고 넘기기엔 너무도 무거운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필자는 '문 케어' 입안자에게 묻고 싶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환자들은 이제 특진비(선택진료비) 없는 대형병원으로 더욱 더 몰려들 것이다. 실제 시행 몇 개월여 만에 대형병원에 외래와 입원 환자가 몰려, 진료비 수익률이 약 15%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중소병원의 운영은 더욱 곤경에 빠질 것이다. 의료체계의 지각 변동과 같은 붕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또 '대형병원의 특진비 없애기'를 보며 다른 차원에서 걱정이 든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미국은 물론 프랑스·네덜란드·스칸디나비아 3국·독일처럼 '복지사회 체제'를 추구하는 유럽 국가 중 대형병원에서 특진비 제도가 없는 나라가 어디인지 알고 싶다. 필자가 알기로는 없다. 특진비가 높아도 엄청 높지만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념적으로 경제 체제가 다른 나라에는 병원의 특진제도가 없다. 그래서 필자는 더욱 더 깊은 걱정에 휩싸이는 것이다.

'문 케어'는 대중 매체를 통해 대형병원에서 특진비를 없앤 것을 '자랑'하고 있다. 여당의 한 대표급 인사가 TV 프로그램에 나와 "얼마나 좋은 일을 해 냈느냐"는 식으로 말한다.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굉음(轟音)이 들리는 듯 했다.

의성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엄숙히 한 후배 동료 의사들이 거리로 나서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 고뇌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우리 의료계의 몰락쇠퇴(沒落衰退)는 바로 의료소비자의 의료체계가 붕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갈등의 폭이 깊어지기 전에 함께 걱정하며 대안을 찾아나서야 할 때다.

 

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은 뮌헨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프랑크푸르트대 피부과학 교수·연세의대 교수·아주대 의무부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의·약사 평론가회장, (사)현대미술관회장, 재)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이 칼럼은 '자유칼럼그룹'을 통해 소개했으며, 필자 동의 하에 내용을 다듬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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