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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저수가 해결 '부당의료' 합리화 빌미 없애야"

"정부, 저수가 해결 '부당의료' 합리화 빌미 없애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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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병 보궐선거 당선 의사 '윤일규 의원' 정부에 쓴소리
"왜곡·편법 원인 저수가"..."의협, 회원 행복한 환경 조성" 조언

6·13 충남 천안병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의사와 시민운동가로서의 견해를 단서로
6·13 충남 천안병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의사와 시민운동가로서의 견해를 단서로 "모든 의료왜곡과 편법의 원인은 저수가"라면서 보건복지부에 의료계를 포용하는 자세를 주문했다. 대한의사협회에는 "회원이 행복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돈 몇 푼 갖고 정부와 대립하지 말라"고도 했다. ⓒ의협신문

"정부는 모든 의료 왜곡과 편법의 원인인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의사협회는 회원이 자긍심을 갖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의사로선 유일하게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천안병)이 문재인 케어를 두고 의료계와 대립하고 있는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의료계에도 "회원을 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고,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의원은 당선된 지 채 2주가 되지 않은 25일 국회를 출입하는 전문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다만 정치인이 아닌, 의사와 시민운동가로서의 솔직한 견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치인은 정의를 말하기보다 다양한 이견을 조정하는 직업인데, 스스로 조정자로서의 생각과 가치관을 정립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윤 의원은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더불어민주당 천안시 당협위원장에 출마해 당선된 적이 있다. 이후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평생을 의사로서 환자 진료에 매진하면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활동도 병행했다.

윤 의원은 당선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 이유에 대해 윤 의원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의료와 복지 분야 말고 또 있겠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윤 의원은
윤 의원은 "저수가가 유지되는 한 정책이나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현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의협신문 이승우

Q.선거를 준비할 시간이 짧아 많이 힘들었겠다.
=의사는 다른 사람과 관계 해석 방법이 다르다. 전문직으로서 직선적인 대화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말 속에 큰 의미 없거나 복선이 깔린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선거, 선거운동이라는 인문, 사회학적인 새 세상은 말과 그 해석이 전혀 다르더라. 그게 매우 어려웠다.

Q.선거를 처음 치른 것이 아니다.
=옛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시절 정치권 진출을 권유받았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시민과 당원이 참여해 공천을 개혁했고, 나도 시민과 당원이 정치를 바꿔 가는 것을 느끼며 정치에 참여했다. 시민사회 활동을 오래 했어도 정치 경험이 없어 바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당시 열린우리당 천안시 당협위원장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그러나 이후 출마한 천안시장 선거에서는 낙선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내 능력만으로 선거에 도전했고, 퇴직할 때까지 선거 비용을 갚았다. 힘든 경험이었다. 정치개혁에 참여하고, 민주주의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Q.국회의원의 역할을 무엇이라 생각하나.
=국회의원이라는 길이 지금까지 걸어온 의사의 길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려 했던 '사람 사는 세상'은 삶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거란 생각으로 선거에 출마했다. 국회의원은 잠시 거쳐 가는 자리라 생각한다. 부름을 받은 임무가 끝나면 가는 거로 생각한다.

의사는 유일하게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는 직업이다. 사회가 뭐라 해도 생명의 불꽃을 수호하는 의업은 성직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이 끝나도 의사로서 길을 가는데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없도록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평생 공부하는 것이 의사다.

Q.4차 산업혁명 시대, 올바른 의료정책 방향은 어떤 것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료는 일종의 의사 중심 수공업이 될 개연성이 높다. 반면 산업화한 의료시스템으로 의료가 발달할 것이고, 그 시스템을 관리할 제도 역시 커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관료화다.

그러나 의료수가는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관료가 결정할 것이다. 여기서 소외된 의사들은 제도에 반발하며 사회적 힘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의료수가는 정부와 의료계의 사회적 파워게임의 결과로 결정될 것이다. 원가에 상응하는 순수한 수가가 아니라 사회적 수가가 돼버리는 것이다.

Q.문재인 케어 추진에 따른 정부의 적정수가 보상 약속이 지켜질 거라 보나.
=정부가 문케어 추진에 따른 보상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문케어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의사들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데 의료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의료 정책과 의료제도를 왜곡시키는 저수가다. 모든 정치인이 이 문제를 부인하다. 이런 수가체계에서 의료의 변칙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저수가가 유지되는 한 정책이나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현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사회적 설득을 통해 수가를 현실화 하고, 의사가 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직업윤리와 자율규제를 통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저수가는 의사들의 일탈이나 편법을 합리화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 원가에 상응하는 수가를 주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Q.국회의원 인터뷰가 아니라 병원장 인터뷰 같은 분위기다.
=의료가 종합병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대학병원에 가는 환자가 줄 것이다.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의 질적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의업의 활로는 휴머니즘에서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의료에도 적용되고 있지만 인공지능에는 휴머니즘이 없다. 종교에 포섭됐던 인류를 구출한 것이 르네상스 시대의 발전한 과학이다. 그 과학이 인간을 포섭하고 있는 상황이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과학에 의해 소외된 인간을 구출하기 위한 네오 르네상스가 일어날 것이고 핵심은 휴머니즘이 될 것이다. 의사는 인공지능이나 각종 정보에 앞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치료와 진단법을 습득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설득을 통해 수가를 현실화 하고, 의사가 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직업윤리와 자율규제를 통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윤 의원은 "저수가는 의사들의 일탈이나 편법을 합리화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면서 "원가에 상응하는 수가를 주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이승우

Q.의료계와 정부의 충돌로 조정자가 필요한 시기에 국회에 입성했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해소의 촉매제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와 정부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쌍방이 민주적 절차에 대한 훈련이 돼야 한다. 갈등 영역은 어느 나라나 있다. 갈등의 조정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부는 설령 의료계가 과한 주장을 하더라도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포용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관용을 베풀면서 의료계 스스로 변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

임기 5년의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안목으로 정책을 수립해 추진했고, 그 혜택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다. 문케어의 목표도 같다고 본다. 많은 국민에게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적 복지를 충분히 제공하면,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비급여와 급여의 본인부담이 커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국민을 구제하자는 것이다.

이런 구조가 의사의 잘못만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건강보험제도 시행 초기부터 제대로 수가결정 구조를 만들었더라면 의료왜곡은 많이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그런 결정을 피했다. 그래서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가 무너졌다. 문케어를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역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좀 더 과감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유럽처럼 제대로 된 수가를 주고 부당한 의료행위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정부는 저수가에 기반한 의료제도를 세계에서 제일 좋은 제도라고 생색내지 말고, 그간 희생한 의료계에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데, 우리는 기초적인 수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수가를 적절히 보상하면 의료왜곡을 해결하면서 보장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대안들이 나올 것이다.

Q . 의료계는 신뢰 회복을 위해 수가부터 현실화하고,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식의 문제다. 다음에 더 줄테니 지금은 정부 정책에 협조하라고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 미국은 수가 조정을 위한 고도화된 기법으로 적절히 수가를 결정한다. 미국의 수가결정 구조하에서 부당한 의료행위는 합리화될 수 없다. 의료행위의 정당성은 수가보상 구조를 분명히 할수록 강화된다.

Q.의료계는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강화하며 발전시키려면 보건부가 꼭 있어야 한다. 공공의료의 질이 높아지면 민간병원들이 공공의료를 기준으로 맞춰가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민간병원이 벤치마킹할 공공의료관이 없다. 정부가 보건부와 복지부를 분리하지 못하는 이유를 아직 확실히 몰라 관련법안 개정안 발의 여부를 언급하지는 않겠다.

Q.의협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왜 의사들은 스스로 행복해지려 하지 않냐는 생각을 한다. 의사가 행복한 길이 수익을 조금 더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 스스로 행복하려면 전문인으로서 모범이 되는 좋은 의사가 돼야 한다. 의협이 회원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의료환경을 조성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의료정책은 어떤 식으로든 의사들이 관여해서 만든다. 그들 역시 모두 의협 회원이다. 의료정책 수립의 주도권을 의협에서 가져야 한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의사가 행복한 정책과 제도를 연구해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의협 주도하에 의료정책 수립이 가능하다. 돈 몇 푼 가지고 정부와 싸우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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