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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자살예방? "어설픈 상담은 오히려 독"

약사가 자살예방? "어설픈 상담은 오히려 독"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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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 전문가들 "약사가 위험 환자 발굴하는 건 불가능"
"비의료인 '약사' 개입 땐 치료 방해...있을 수 없는 코미디" 비판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7월부터 약국 자살예방사업을 시작키로 한 데 대해 신경·정신 의학 분야 전문가들이 "약사의 어설픈 상담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며 "약사가 자살위험 환자를 발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전문학회·대학병원·개원가 등 정신계열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의 약국 자살예방사업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경·정신 의학 분야 전문가들은 "약국 자살예방사업으로 인해 다양하게 쓰이는 우울증 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정보 공개를 꺼려하는 환자들의 거부감을 일으켜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7월부터 민관 자살예방사업의 하나로 약국 250여 곳이 참여하는 자살예방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약국에서 자살 위험약물 DB를 활용해 환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복약 이행도 제고·약물 복용관리·집단 교육 등을 진행하며, 약사에게 인센티브(상담료)를 주는 것이 사업의 주요 골자.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장은 "약사가 단순히 복약여부만으로는 자살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평가할 수 없다. 복약 여부만 가지고 자살위험 환자를 발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사업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28일 학회 이름으로 약국 자살예방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상훈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보건복지부가)해서는 안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전문가와 상의 없이 진행한 사업은 근본부터 잘못됐다"면서 "환자들의 정보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 동의를 얻는 과정 자체가 환자에게 큰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복약 모니터링을 위한 초기 접근 과정에서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환자가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정보를 노출해야 하는 약국에서 조제를 받는 것 조차 꺼려해 원내 처방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힌 이 회장은 "우울증 약은 진통 완화·불면증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약사가 우울증약을 처방 받은 모든 환자를 우울증으로 판단할 경우 우울증약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불안과 거부감을 느낀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약국에서의 자살예방 상담이 오히려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한 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신경과)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살예방 상담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의료행위"라면서 "약사가 정신과적 상담을 하는 것은 수를 모르는 사람이 미적분을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김임열 교수(계요병원 신경정신과)는 "자살예방 상담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분야"라면서 "어설픈 상담은 환자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광주에 있는 A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이 사업은 정신건강의학의 전문성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전문의가 아닌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정신질환을 상담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정신건강의학과의 붕괴를 유발할 수도 있는 위험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의료인이 아닌 약사가 환자를 문진하는 것은 의료법을 위반할뿐만 아니라 정신과 치료제 복용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약국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의 여지가 크다"면서 "현행법을 어기고 면허체계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약국 자살 예방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성균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27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약사가 환자에게 약을 주며 진료행위인 상담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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