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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보건의료협력 기대감 크지만 '준비 미흡'

남북 보건의료협력 기대감 크지만 '준비 미흡'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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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남북관계 개선 속도 당혹"...협력 주도권 확보·유지책 주목
"안정적 협력라인 확보 중요"...협력 대상·내용·방식 결정은 북한 몫

ⓒ의협신문
22일 국회에서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역학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열린 '평화의 시대, 남북 보건의료 협력과 발전 방향'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북한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조심스럽게 협력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간 교류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위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 협력 주도권을 남한이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준비는 미흡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역학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22일 국회 도서관에서 '평화의 시대, 남북 보건의료 협력과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남북관계 속에 보건의료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무엇보다도 지난 보수 정권 10년 동안 남북교류 경색에 따라 보건의료 분야 역시 일부 민간단체들의 부분적·단편적 지원과 협력의 명맥을 유지해 온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빠르게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데 대해 관련 전문가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북 의료협력사업 을 추진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조차 향후 남북관계 변화를 주시하면서 북한 정부의 의지와 의도를 파악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원론적 인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남북 의료협력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선택권이 전적으로 북한에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정치적 상황, 보건의료 분야 협력 의지, 보건의료 실태 파악의 관건인 관련 정보와 자료 확보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의료협력 확대를 위해 남북 간 교류협력 라인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영전 한양의대 보건대학원 교수. ⓒ의협신문
신영전 한양의대 보건대학원 교수. ⓒ의협신문

이날 '평화의 시대 남북 보건의료협력 구상'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신영전 한양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보건의료 분야는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도 유일하게 협력 통로를 열어 둔 가장 안정적인 협력 통로이자 비정치적, 인도적 분야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안전한 협력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남북관계에 경제적 이익만이 앞서서는 안 된다. 경제교류가 일으킬 문제들을 사전, 사후에 막을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병행돼야 하며, 남북 정부 간, 전문가 간 긴밀한 협조 관계를 먼저 구축하고, 남북 정부는 물론 민간 부문, 국제사회 간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조직의 설치가 중요하다"면서 "뜨거운 열정도 중요하지만, 그 열정이 차가운 이성과 함께 달리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력의 문이 열리면 국제기구, 세계적 NGO 등 큰 손들이 북한으로 밀어닥칠 것이기 때문에 남한이 협력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남북 간 원활한 소통과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짚은 신 교수는 "앞으로 남북의료 협력 논의 시 전문가 협의를 일정 정도 인정하고, 전문가 간 소통을 통해 북한 보건의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남북 보건의료 협력의 10대 중단기 과제로 ▲남북 보건의료 부문 간 교류협력 라인 안정적 확보 ▲교류협력 원칙 수립(파리선언 + α) ▲보건의료협정 체결 ▲교류협력 부문별 역할 설정 ▲노무현 정부 남북정상회담 후 협력 약속 사업 등 기존 약속 이행 ▲감염병 대응, 의료 인프라 구축 등 보건의료 부문 우선 사업 시행 ▲응급·재난상황 대처 체계 구축 ▲보건의료 부문 전문가 교류 ▲다양한 경제사업과 지역공동체 개발사업 공동 참여 ▲남북한 보건의료 부문 중장기 과제와 로드맵 도출을 위한 (가칭)한반도 건강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10대 중단기 과제 추진을 위해서는 ▲수혜국의 주인의식 ▲수혜국의 우선순위와 일치 ▲공여자들 간의 원조 조화 ▲성과의 관리 ▲상호책무성 등 파리선언 5대 원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북 보건의료협력 논의는 남한이 지원하고 싶은 내용과 방식이 아닌, 수혜국인 북한이 원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최혜경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원활한 협력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지원'이라는 시각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남북 의료협력 논의의 경험을 전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의학과장은 감염병과 재난의료 대응체계 구축과 선제적인 북한의료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북한 주민의 환경 요인에 의한 건강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경보건 분야의 협력을 제안했다.

정부는 의료 협력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하며 중장기적으로 조심스럽게 협력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숙 보건복지부 남북통일TF팀장은 "남북 정상회담 후 의학회와 산업계에서 (의료협력에)참여하게 해 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면서 "문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앞으로 남한은 물론이고, 북한을 개도국으로 보는 많은 나라가 공적개발원조(ODA)에 뛰어들 것"이라며 "결국 이들의 수많은 제안 중 북한이 선택하는 사업과 방식이 선택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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