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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환자간 녹음...‘합법’과 ‘불법’사이
의사-환자간 녹음...‘합법’과 ‘불법’사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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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녹음은 합법 수집은 불법’
동의서 받기·안내 문구 게시가 안전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의사 또는 환자가 진료 중 나눈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하는 것은 합법일까.

개원의 A씨는 3년 전부터 환자와 진찰 중 나눈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환자의 증상을 추적관찰하고 다시 고민하기 위해 1년에 2~3번 정도 찾아듣는다"고 밝혔다.

환자가 의료사고를 대비해 녹음기를 가지고 진료실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동네 산부인과를 찾은 환자 B씨는 “지난 검진 시 의사의 불친절한 태도에 불신이 생겨 녹음을 했다”고 밝혔다.

통신보호법 제3조에 따르면 누구든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게 돼 있다. 어길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및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통신보호법상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의 녹취는 합법이고, 제3자의 녹취는 불법이다. 대화 당사자로 들어갔는지 여부가 판단의 근거가 된다.

황성욱 대한의사협회 법제자문위원(법무법인 에이치스)은 “문진상황의 녹취는 의사와 환자 모두 대화 당사자이므로 행위 자체는 합법”이라며 "의사-환자 간 녹음과 관련한 분쟁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녹취내용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환자가 제3자와의 법적분쟁이 있는 경우 환자의 요청에 의해 해당 녹취록을 공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성욱 위원은 “모든 진료내용을 녹음·수집하는 것은 환자의 개인정보 침해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녹취가 필요한 경우, 환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거나 안내 문구를 게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녹취와 관련해 이슈가 된 사건도 있었다. 강남 A성형외과의 의료진이 마취 상태로 누워있는 환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사건이다. 환자가 녹음기를 가지고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환자는 당시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스파이처럼 어떤 목적을 갖고 타인의 대화를 녹취하는 경우는 처벌 대상이 된다”며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환자의 녹취록은 증거 능력 역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가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녹음한 상황을 고려하면 불법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며 "재판부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마취된 환자를 대화 당사자로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성욱 위원은 “분쟁의 소지가 있지만 대화 당사자가 아닌 환자의 녹취록이 형사상 증거물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형사상으로는 소송이 어려울 수 있지만 민사상으로는 소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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