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진료' 어떻게 해야 잘할까?
북한이탈주민 '진료' 어떻게 해야 잘할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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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보건의료학회, 북한이탈주민·보건의료인 위한 가이드라인 발표
"의약품 효능·효과 발현 시점·약물 오남용 위험 자세한 설명" 권고
통일보건의료학회와 남북하나재단은 15일 오후 1시 30분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북한이탈주민과 이들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에게 필요한 '10대 가이드라인'을 각각 발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통일보건의료학회와 남북하나재단은 15일 오후 1시 30분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북한이탈주민과 이들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에게 필요한 '10대 가이드라인'을 각각 발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통일보건의료학회와 남북하나재단은 15일 오후 1시 30분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북한이탈주민과 이들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에게 필요한 '10대 가이드라인'을 각각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북한이탈주민이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북한이탈주민과 의료진 사이의 사회적·문화적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읍시다 ▲올바른 건강습관을 유지합시다 ▲몸이 아픈 것은 삶의 여건이나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에 병이 없어도 몸이 아플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빠르고 확실한 치료를 이끌어 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같은 의사에게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 치료결과를 이끕니다 ▲증상이 바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치료효과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약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약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됩니다 ▲의료 이용 정보에 대해서 확인해 보세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보건의료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북한이탈주민은 증상의 정도로 질환의 경중을 판단하곤 합니다 ▲신체의 증상이 심리적 어려움과 관련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증상 호소 표현을 잘 이해해 주세요 ▲꼼꼼한 문진과 신체검사(P/E)를 해주세요 ▲의사-환자 사이의 신뢰 관계가 치료과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주세요 ▲약의 효능과 효과발현 시점 등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약물 오남용 및 과용의 위험성을 설명해 주세요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해 주세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이드라인 개발 TFT에 참여한 이혜원 과장(서울의료원 공공의료팀)은 "국내외 관련 문헌을 분석해 의료기관 방문 전 영향요인, 진료 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 진료 이후 치료 및 관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 등을 고려했다"면서 "북한이탈주민의 질병관·증상 표현, 의사-환자 관계 등 문화적인 차이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한 신현영 교수(명지병원 가정의학과)는 "북한이탈주민에게는 건강검진에 대한 거부감과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고, 조기 검진의 필요성을 알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흡연율과 알코올 섭취율이 높아 금연과 절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은 정신적·심리적 문제를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마음을 잘 치료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권고했다"면서 "북한이탈주민은 증상을 강하게 호소하는 경향이 있고, 자가치료를 선호하며, 장마당에서 약을 구해 복용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정확한 증상을 의료인에게 얘기해야 한다는 것도 가이드라인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곧바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는 것이 비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약물 또한 자의적으로 과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신 교수는 "진료를 받을 때 치료와 증상 호전, 그리고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의협신문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의협신문

보건의료인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한 박상민 교수(서울의대 가정의학과)는 "남북한의 용어나 억양 차이로 인해 다소 낯설거나 과장되게 들릴 수 있는 말들이 있으므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없으면 병이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고, 내면의 아픔으로 인해 신체증상을 호소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 어려움, 가족 내 갈등 등 삶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박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음주·흡연 등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도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면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약물의 경우에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장마당 등을 통해 약물 과용을 경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남용이나 과용의 위험성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건강보험 자격과 의료비 지원 혜택에 대해서도 북한이탈주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항생제 내성, 신경안정제 습관성, 약물 부작용 위험 등은 물론 약물 오남용과 민간요법을 남용하지 않도록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면서 "특히 증상 위주로 건강과 질병을 판단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하고, 학회 차원에서 질병관과 질병행태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진적인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통일보건의료학회는 국내 유일의 통일 관련 전문학회로 정부의 남북 관련 정책을 제정하고,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지속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는 다가올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준비하는 데 있어 남한 의료인이 미리 북한이탈주민의 진료에 대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남북보건의료 교류를 위한 상호 이해와 소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남북교류 협력 과정에서 보건의료분야가 우선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며 "이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도 남북하나재단과 함께 상호 협력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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