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법 시행 이후 "교수들 졸면서 수술할 판"
전공의법 시행 이후 "교수들 졸면서 수술할 판"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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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제한 여파...흉부외과 전임의·교수 피로도 증가
업무 과부하 환자안전 위협...인력 충원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대책 필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전임의와 교수가 업무를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환자안전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pixabay)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전임의와 교수가 업무를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환자안전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pixabay)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제정 이후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을 초과하지 못함에 따라 일선 병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근무시간 제한으로 전공의들이 충분한 수련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와 더불어 전공의를 대신해 당직 등의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전임의·교수들의 피로도가 갈수록 쌓이고 있다는 것.

특히 전임의의 업무량이 절대적으로 가중되면서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무량이 늘어나고 피로도가 증가하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흉부외과에서 더 심한 실정이다.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에 따라 환자안전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관 교수(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의협신문
김동관 교수(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의협신문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14일 '2018 제19차 세계흉벽학회 및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제32차 춘계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수련병원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알렸다.

기자간담회에서 김동관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는 "흉부외과 전공의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전공의 업무 피로도는 상당히 줄었지만, 전공의가 하던 일을 전임의와 교수가 도맡다 보니 상대적으로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공의들이 수련교육을 더 받고 싶어도 전공의법에 따라 추가 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교육의 질도 우려된다"고 했다.

3개의 수술실과 중환자실(소아심장·성인심장·폐암 및 식도암 중환자실), 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를 예로 든 김 교수는 "각 분야별로 전공의들이 배치돼 일해야 하는데, 10명의 전공의 인력으로는 수술실·중환자실·병동 케어를 비롯해 당직근무까지 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공의가 부족해 11명의 전임의가 업무 공백을 대신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전임의의 노동력에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김 교수는 "전공의와 전임의 인력이 2배는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현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도 "전임의와 교수의 업무 피로도가 상당히 높아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교수들이 수술실에서 졸면서 수술을 하는 상황이 곧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공의 근무시간(80시간)을 지킬 수 있는 과가 있지만, 흉부외과는 주 80시간을 지키면서 당직근무까지 못한다"고 설명한 송 교수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뿐만 아니라 흉부외과가 있는 다른 모든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송 교수는 "전공의들도 80시간을 다 채웠다고 곧바로 퇴근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적으로 심장 관련 수술은 1년에 약 1만 건(하루 100여건)에 달한다.

송 교수는 "현재의 흉부외과 전공의, 전임의, 교수 인력으로는 이같은 심장 수술 건수를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병원이 인력을 더 충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어떻게 지원하고, 보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법을 만들 때 흉부외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힌 송 교수는 "법을 만들 때 보상에 대한 대안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흉부외과는 점점 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오태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은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 100여 명 가운데 여성 전공의가 20여 명 정도"라면서 "여성 전공의를 대상으로 전공의법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임의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설문조사는 올해 하반기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오 이사장은 "설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제도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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