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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부지현 '집어등, 바다의 빛'전
설치작가 부지현 '집어등, 바다의 빛'전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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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문화비축기지 탱크1'에서 23일까지 선보여
기성품이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은 '발견된 오브제'
부지연 작가는 '발견된 오브제', 이런 폐집어등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줬다. 사진/윤세호기자ⓒ의협신문
부지연 작가는 '발견된 오브제', 폐집어등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줬다. 사진/윤세호기자ⓒ의협신문

월드컵 상암구장 맞은편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 탱크1에서 제주 출신 설치 작가 부지현의 작품이 23일까지 선보인다. 

부지현 작가는 지난 2007년부터 폐집어등을 이용해 설치작품을 하는 작가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집어등이란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램프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중,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불빛이 바로 집어등이다. 물고기를 모으는 등이란 말 그대로 바다 속을 유영하던 고등어·갈치·오징어와 같은 각종 어류들을 불빛으로 모으는 등을 말한다.

우연히 바닷가를 걷다가 수명이 다해 버려진 폐집어등을 발견한 부지현 작가는 이를 이용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와이어를 이용해 전시장 천장에 매달린 집어등….

그 집어등 속 상단에는 LED 전구가 반짝이고 바닥에는 파란색 액체가 고여있어 전시장 바닥과 주위에 파란 불빛을 환상적으로 투영시킨다. 샹들리에처럼 설치된 여러개의 폐집어등의 영롱한 불빛은 서로 반사시키며, 어우러져 현란하면서도 섬세한 빛의 향연을 자아낸다. 

'발견된 오브제', 주로 기계 제작된 일상용품으로서 기성의 물건이지만, 미술작품이나 미술작품의 일부분으로서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은 오브제를 의미하는 미술학적 용어다. '발견된 오브제'를 최초로 착안한 작가는 마르셀 뒤샹(1887~1968)이다.

그는 1913년부터 '레디메이드'라고 명명한 작품들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흔히 변기나 삽처럼 대량생산된 물건에 변형을 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작품으로서 제시한 뒤샹에 의해 기성품은 예술로 승화됐다. 

누구나 다 아는 변기를 이용한 작품 '샘'을 연상하면 된다. 레디메이드를 통한 뒤샹의 의도는 미술창작 과정에서 수반되는 작가의 신체적 활동과 손재주에 대한 관심을 지적인 차원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뒤샹은 막스 슈티르너의 '유일자와 그의 소유'(1845)를 읽고 '예술가의 의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예술가의 의지가 반영된다면 평범하거나 대량생산된 물건도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한편, 처음 부지연 작가는 폐집어등을 하나씩 어렵사리 구하다가, 마침내 자동차로 치자면 폐차장 같은 곳을 찾아내고 그곳을 통해 손쉽게 대량의 폐집어등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폐차장이나 고물상은 말할 것도 없이 그 용도를 다해 폐기처분된 공산품 쓰레기들이 마지막으로 모이고 해체되는 일종의 무덤과도 같은 곳이다. 

 

설치작가 부지현 '집어등, 바다의 빛'의 구조물ⓒ의협신문
설치작가 부지현 '집어등, 바다의 빛'의 구조물ⓒ의협신문

 

부지연 작가는 '발견된 오브제', 이런 폐집어등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줬다. 다시 태어난 폐집어등에는 작가가 명명한 고유넘버들이 새겨져 있다. 그렇게 폐집어등은 다시 푸른바닷물 위를 투영하고 영롱하게 환상적으로 연출한다. 집어등이 잃어버린 불빛을 작가가 되살렸다. 여기서 불빛은 생명의 불씨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문화비축기지 탱크1 전시장의 구조도 작품에 크게 한 몫한다.

갤러리는 사면이 통유리로 돼있는 일종의 개방된 전시관이며, 굴처럼 숲 안쪽에 움푹 숨겨진 일종의 식물원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곳에서 부지연의 집어등은 한 낮에는 햇빛을, 깊은 밤에는 달빛을 머금고 그 스스로 푸른 빛을 발하며 시시각각 다른 얼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잊혀진 것들 혹은 이미 죽어버린 것들이 작가에 의해 더 거대한 담론을 품고 새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다시 태어난 폐집어등에는 작가가 명명한 고유넘버들이 새겨져 있다.  사진/윤세호기자ⓒ의협신문
다시 태어난 폐집어등에는 작가가 명명한 고유넘버들이 새겨져 있다. 사진/윤세호기자ⓒ의협신문

 

 

문화비축기지는 옛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재생해 만든 문화공원이다. 
이곳은 원래 비상시를 대비한 석유 저장시설로서 1973년 1차 석유파동을 겪은 서울시에서 1976∼1978년에 걸쳐 건설한 민수용 유류 저장 시설인 석유비축기지다. 지름 15∼38m, 높이 15m인 다섯 개의 탱크에는 유사시 사용할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비축하고, 1급보안 시설로 분류해 그동안 시민들의 이용을 철저히 통제 했다. 시간이 흘러 서울월드컵경기장 반경 500m에 위치한 이곳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2000년 12월 폐쇄되고 그 후 2013년 석유비축기지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새롭게 문화공원으로 5개의 탱크를 공연장·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또 새로 신축한 한 개의 탱크는 커뮤니티 센터로 개방해 사람들의 휴식과 다양한 여가활동이 펼쳐지는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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