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신간] 배에 지퍼 다는 연구나 하시오

[신간] 배에 지퍼 다는 연구나 하시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8.06.05 11:5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경발 지음/니케북스 펴냄/1만 6000원

ⓒ의협신문
ⓒ의협신문

국내 처음으로 BCG로 암의 면역치료를 시도한 외과학계의 산 역사 청하(靑廈) 허경발 박사가 의사로서 살아 온 70년을 회고하며 <배에 지퍼 다는 연구나 하시오>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의사로서 살아오면서 간직한 그의 정신과 품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글 사이사이 담긴 학(學)과 덕(德)의 깊이는 잔잔한 감동과 깊은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책 속에는 저자가 의술을 통해 맺은 수많은 인연들이 등장한다.

그 인연 가운데에는 시인 박목월, 이당 김은호, 평보 서희환 등 문화예술계 인맥은 물론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 등 유명 인사들이 있다.

하지만 저자가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은 평범한 인연들이다.

"사람 배에 지퍼 다는 연구나 하라"며 호통 치던 환자 덕분에 그는 간 내 담석이 소장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측도(側道)형성술을 개발, 이후 많은 담석 환자들의 고통을 치유했다. 이런저런 환자들과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저자의 따뜻한 성품과 인술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 책은 저자의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비롯된 꼼꼼한 자료 수집 및 보관, 예의 또렷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술술 써 내려간 육필 원고다.

저자는 책 출간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제 내 나이 90이 되었고, 의사로 살아온 세월만도 70여년이 돼간다. 긴 세월 겪은 이러저러한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둬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의사로 살아오는 동안 만약 나에게 오해가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면 이 기록이 당시의 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 왔다는 보고도 하고 싶었다."

저자는 순천향대학병원 개원부터 몸을 담은 후 의료원장과 대학원장을 거쳐 정년을 마쳤다. 정년퇴임 후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의사 인생 2막을 서울보훈병원장으로 지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추천사에서 저자와의 인연과 그의 성품을 밝힌다.

"허 박사는 한평생 의사로 봉직하면서 주어진 환경과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과 성의를 다하는 모습으로, 보기 드물게 깊은 감명을 준 인물이다.……청하는 병고에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늘 깊은 연민을 가지고 함께 병마와 싸워온 훌륭한 의사다. … 1988년 보사부 장관직을 추천했을 때 자신의 천직을 다하겠다며 그 자리를 사양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저자는 평생동안 스승의 가르침인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공을 세웠지만 목표로 했던 일을 성취한 뒤에는 그 공을 빌미로 이득을 취하지 아니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를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

책 속에는 의사로 지내는 동안 들고나는 일의 사표를 제시하고, 깊이 있는 학덕으로 주변을 일깨우며, 따뜻한 인술로 의술의 참 뜻을 전해온 노학자의 진솔한 삶이 노정돼 있다(☎ 02-735-9515).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