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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22' 비민주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바꿔야
'2 : 22' 비민주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바꿔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0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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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건정심 3번째 탈퇴…"불공정한 건정심 구조 합리적 개선해야"
최대집 의협 회장 "의협 대표 2명 말도 안돼…입법화 추진할 것"
2012년 5월 24일 오후 <span class='searchWord'>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span> 참여 거부 선언을 하고 회의장을 빠져나온 의협 유승모 보험이사(오른쪽)와 윤용선 보험·의무 전문위원(왼쪽)이 송형곤 대변인(가운데)과 함께 보건복지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2012년 5월 24일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참여 거부 선언을 하고 회의장을 빠져나온 의협 유승모 보험이사(오른쪽)와 윤용선 보험·의무 전문위원(왼쪽)이 송형곤 대변인(가운데)과 함께 보건복지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5월 30일 수가 협상 종료 하루를 앞두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극도로 무성의한 수가 협상안에 대해 강한 항의의 뜻으로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다"고 밝히면서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건정심 의사 결정 구조와 인적 구성(위원 구성)의 불균형 문제를 짚었다.

의협이 건정심을 탈퇴한 것은 이번이 3번째. 

의협의 첫 번째 건정심 탈퇴는 2002년이다. 건정심이 같은 해 2월 27일 '편법'을 동원해 보험수가 인하를 결정하자, "편파적 위원 구성 등 불합리한 운영도 모자라, 위원회 규정이 정하고 있는 심의·의결 원칙을 스스로 깨는 비민주적인 행태를 저지르고 말았다"며 3월 4일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건정심이 위원회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억지로 의결한 수가 인하 결정은 분명한 불법 행위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2002년 당시 의협은 '2·27 건정심 사태'로 규정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패한 의약분업 철폐를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투쟁수위를 높였다.

두 번째 건정심 탈퇴는 2012년 5월 24일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건정심 회의장이었다. 당시 의협 대표들은 "정부의 정책 거수기로 전락한 건정심에 더는 참여할 의미가 없다"며 건정심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공식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날 7개 질병군 포괄수가 재조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안건을 처리한 것이 문제가 됐다. 또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이 도화선이 됐지만 건정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지속해서 쌓였던 것이 곪아 터진 것. 유승모 당시 의협 보험이사는 "정부가 또다시 다수에 기대어 안건을 강행 처리하려 하고 있다"며 "다수의 횡포와 공권력이라는 폭력을 묵과할 수 없어 건정심을 탈퇴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건정심 위원 구조가 8(가입자대표) : 8(공급자대표) : 8(공익대표)로 구성돼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급자대표에 의협이 2명에 불과한 반면, 공익대표는 정부·공단·심평원 측 대표 4명이고, 공급자대표와 비공급자대표 비율이 8: 16으로 불합리하다며 의협과 비의협대표 비율이 2 : 22인 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6월 30일 전국의사 대표자대회에서 공급자대표 9인(의사 5, 치과의사 1, 한의사 1, 약사 1, 간호사 1), 보험자·가입자대표 9인(보건복지부 1, 기재부 1, 건보공단 1, 심사평가원 1, 노동계 2, 경영계 2, 시민단체 1), 공익대표 3인(공급자 추천 1, 가입자 추천 1, 공동추천 1)이 참여하는 건정심 위원 재구성 안을 발표했다.

건정심 위원 재구성안은 독일식 연방의료심의위원회와 유사한 방식(의사대표 9, 가입자대표 9, 중립위원 3)으로 일본의 진료 측 대표와 피보험자·보험자대표가 1 : 1로 참여하는 의결 구조와도 유사하다.

당시 윤창겸 의협 상근부회장은 "공급자와 가입자가 동등한 구조에서 협상을 하고, 양측의 협상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선입견'이 없는 중립적인 전문가가 중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2012년 12월 30일에는 박인숙 국회의원(당시 새누리당)을 비롯해 국회의원 30명이 건정심 구조 개편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인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가입자와 공급자가 각각 5명씩 위원을 추천하고, 공익을 대표한 위원 3명이 참여하는 소위 '5 : 5 : 3'의 건정심 개편안.

건정심 구조 개편법안은 정부 측 위원과 공익대표를 가입자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공익 측 위원의 공정성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의협과 정부가 '건정심' 구조 개혁을 의정 협의 핵심 어젠다로 꼽았다. 2014년 3월 17일 공개한 의정 협의 협의문에 따르면 정부가 건정심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연내 입법작업에 나서기로 약속한 내용이 담겨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3월 17일 의정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재 8명의 공익위원을 주로 정부 추천 인사로 하고 있으며, 이에 의협에서 지속해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해 왔다"면서 "건정심이 더욱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혀 건정심 구조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협의문이 발표 이후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의정 협의 사항 중 건정심 구조개선과 관련해 '공익위원' 전체를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 추천하는 게 아닌, 정부의 몫을 뺀 나머지 위원에 대해서만 추천키로 하는 것'이라고 밝혀 의협의 반발을 샀다.

당시(3월 20일) 의협은 전 회원 투표를 통해 총파업 투쟁(3월 24일)을 예고해 놓은 상황이었다. 총파업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결과를 공개하기에 앞서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노환규 의협 회장에게 "3월 16일 의정 협의 결과문에 명시된 협의 사항을 존중하며, 최근 건정심 관련 혼란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또 "건정심 구조와 관련해 공익 위원 범위와 수 선정절차 등은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해 마련키로 했으나, 현행법에 대비 시켜 설명한 것은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켜 유감"이라고 밝혔다.

건정심 구조 개혁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채 숙제로 남아 있다.

건정심 구조개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이렇다 할 개선안이 나오지 않자, 2018년 4월 22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0차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는 최대집 집행부의 건정심 탈퇴 의지를 지지하면서 힘을 실었다.

최대집 회장은 대의원 총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2018년 5월 30일 3번째로 건정심 탈퇴를 선언하면서 "건정심 구조개혁을 위해 법안 발의 등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6월 1일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월부터 건정심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6월 중 온라인 비상총회를 소집해 대정부 투쟁 시기와 방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정심 탈퇴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힌 최 회장은 "이번 수가 협상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수가 협상 결렬에 항의하는 의미, 그리고 건정심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입법화 작업의 명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건정심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입법화가 시급하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의원입법을 통해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2명의 의사협회 대표가 참여하는 현행의 건정심 구조로는 어떠한 의료계의 주장도 관철하기 힘들기 때문에 건정심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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