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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패혈증' 원인...지질영양제 아닌 '장내 균 집락화'
이대목동병원 '패혈증' 원인...지질영양제 아닌 '장내 균 집락화'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5.2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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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정맥 주사한 지질영양제가 패혈증 유발했다면 분변서 균 검출되지 말아야"
4명 분변서 모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검출...질본 "혈류 감염" 주장 근거 미약
이대목동병원이 자체적으로 폐쇄한 신생아 중환자실. ⓒ의협신문
이대목동병원이 자체적으로 폐쇄한 신생아 중환자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에서 발생한 패혈증은 지질영양제 오염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환아들의 장관 내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증식해 집락화(colonization)해 있다가 장 점막의 보호장벽이 약해지자 혈액으로 이동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집락화는 세균이 증식하고 있지만 아직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5월 29일 발표한 이대목동병원 사건 자료를 통해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 결과보고서에 밝힌대로 2017년 12월 15일 정맥으로 투여한 지질영양제로부터 균이 혈액으로 퍼져 패혈증을 유발했다면 장내 분변에서는 균이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혈액 내를 돌아다니던 균이 하루 만에 장점막 조직을 뚫고 장내로 이동해 균 증식이 일어나 집락화를 형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제시했다.

질본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사망 환아 4명의 소장과 대장의 분변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한 환아의 경우 대변에서도 균이 검출됐다. 분변과 대변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유전자형은 혈액에서 검출된 균과 동일한 것으로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
바른의료연구소

바른의료연구소는 "사망 환아 4명의 분변과 대변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것을 보면 지질영양제 오염에 의한 혈류감염이라는 질본의 주장이 맞지 않는다"면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에서 발생한 패혈증은 지질영양제 오염에 의한 혈류감염이 아니라, 신생아 장관 내에 집락화됐 있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장 점막을 뚫고 혈액 내로 이동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밝혔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아에서 '장내 균 집락화'에 관한 보고는 드물지 않다. 

2011년 대한신생아학회지에 실린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 입원한 신생아에서 장내 세균에 의한 장관 집락화와 관련된 위험 인자' 논문을 보면 86명의 환아들 가운데 한 달 내에 25.6%(22명)에서 그람음성균에 의한 장내 균 집락화가 관찰됐다. 3번째로 흔하게 검출된 균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으로 파악됐다. 시트로박터균 5건 중 4건(80%)에서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검출된 균과 동일한 항생제 내성(광범위 베타-락탐계 항생제 분해효소, ESBL)이 의심됐다. 

2016년 1152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탈리아에 연구에서는 다제내성 그람 음성균이 위장관 내에 집락화 돼 있는 비율이 28.8%, ESBL 생산 그람 음성균은 11.7%로 보고했다. 내성 그람 음성균의 집락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재원한 기간이 길고, 항생제에 노출된 기간이 길며, 모유가 아닌 분유를 오래 먹은 경우 등으로 나타났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에서 장내 균 집락화는 흔하게 발생하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균이 그람 음성균"이라며 "이대목동 사건에서 사망 환아 모두의 분변에서 그람 음성균이면서 항생제 내성균(ESBL)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사실은 환아들의 장관 내에 이미 균의 집락화가 있었다는 것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장내 그람 음성균의 집락화는 패혈증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힌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처럼 장내에 집락화된 그람 음성균과 혈액에서 배양된 그람 음성균이 유전학적으로도 완전히 일치한 경우에는 증거도 명확하지 않은 지질영양제를 오염을 원인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관 내에 집락화된 그람 음성균에 의해 혈류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4명의 환아 모두 위장관 병변이라 할 수 있는 로타바이러스 장염에다 중심정맥관을 확보한 상태였고, 기계환기 치료를 받았다. 4명 중 3명은 괴사성 장염이 있거나 의심 소견이 있었고, P4 환아의 경우 질식분만으로 출생해 체중이 1kg이 되지 않는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라면서 "장관 내에 균 집락화 상태인 4명의 환아들은 혈류감염과 패혈증 발생 위험이 높을 상황"이라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금이라도 신생아 사망의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질본과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면서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의료진들이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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