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자기결정권·평등권 침해 여부 쟁점
'낙태' 자기결정권·평등권 침해 여부 쟁점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5.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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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24일 낙태죄 위헌소원 사건 공개변론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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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4일 대심판정에서 인공임신중절(낙태)을 했을 때 형법에 따라 임신부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과 의료인을 처벌하는 제270조 1항(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등에 관한 위헌소원(2017헌바127)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A청구인은 2013년 11월 1일경부터 2015년 7월 3일경까지 69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했다는 등의 범죄사실(업무상 승낙낙태 등)로 기소됐다.

A청구인은 제1심 재판을 진행하던 중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으나 신청이 기각되자 2017년 2월 8일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주요 쟁점은 부녀의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의사 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 ▲평등권 ▲의사의 직업 자유 등을 침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A청구인은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로서 모(母)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해 임부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A청구인의 변호인단은 "원치 않는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해 임부의 생물학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함으로써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와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원치 않는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낙태를 처벌하는지 여부는 임신중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낙태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 임부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짚었다. 

A청구인 변호인단은 "임신 초기의 낙태를 포함해 모든 낙태를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고,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처벌의 예외도 그 범위가 지나치게 좁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과잉 금지원칙에 위배돼 임부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고 항변했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더 위험하고, 불법성이 큼에도 의사에 의한 낙태를 가중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며, 의사의 직업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장관은 "태아는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된다"면서 "태아의 생명권의 보호 정도는 그 성장 단계나 모체 밖으로 나왔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고, 모든 태아에게는 동일한 생명권의 주체성이 부여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태아의 생명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고,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모자보건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낙태시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낙태를 어느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합의를 도출해야 할 문제로서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라며 "의학의 발전으로 모체를 떠난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임신 초기의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것은 부당하고,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낙태시술의 대부분은 의사 등이 행하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낙태 시술을 하는 경우 비난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사낙태죄 조항 역시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지적했다.

A청구인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낙태의 처벌은 낙태를 근절하는 효과는 없고, 오히려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이어져 여성에게 건강상의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이 크다"면서 "낙태를 처벌함에 따라 낙태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특히 십대 청소년 여성, 장애인 여성, 경제 취약계층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건강상의 위해 및 존엄성의 위협을 줄 우려가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낙태를 비범죄화함으로써 안전한 낙태방법이 도입되고 의료인의 교육·훈련이 가능해지므로, 낙태 비범죄화는 여성의 건강 및 모성 보호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정현미 이화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낙태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거의 모든 입법례에서 공통적이며, 낙태의 자유는 예외적인 허용한계를 통해서 결정되므로,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 자체는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합헌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낙태의 예외적인 허용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대해서는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만큼 사회적·경제적 적응 사유를 추가하거나 임신 초기(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는 등 허용한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사건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8월 23일 자기낙태죄 조항 및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하 '조산사 낙태죄 조항')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2010헌바402)에서 합헌(재판관 4인):위헌(재판관 4인)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합헌 의견을 낸 헌재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태아는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보호를 받아야 하므로, 임신 후 몇 주가 경과했지를 기준으로 보호 정도를 달리할 것은 아니다"면서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합헌 취지에 무게를 실은 헌재 재판관은 "입법자는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조산사 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의료업무종사자가 낙태 시술을 하는 경우 비난 가능성이 크므로, 조산사 낙태죄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거나,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힌 헌재 재판관은 "태아는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고 있는 불완전한 생명이며, 임신과 출산은 모(母)의 책임 하에 대부분이 이루어지므로, 임신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의학계에서는 임신 12주까지의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고, 임신 초기의 낙태는 합병증 및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다"면서 "낙태 처벌규정이 거의 사문화돼 낙태 근절에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불법낙태로 임부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험이 초래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헌재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임신 12주 이내)의 낙태까지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해 처벌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 균형성의 원칙에 위배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조산사 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고 있고, 임신 초기 임부의 촉탁·승낙을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처벌하고 있다"며 위헌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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