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치매사업, 치매환자 치료 기회 박탈"
"한방치매사업, 치매환자 치료 기회 박탈"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5.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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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성·안전성 검증 안 된 임상연구...시민건강 보호 부산시가 외면
바른의료연구소 "부산시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 즉각 중단" 촉구
바른의료연구소
바른의료연구소

부산광역시가 진행하고 있는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이 초기 치매환자의 치료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4일 "2017년도 부산시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부산시 한방치매사업)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부산시 한방치매사업 대상자에 정상인과 초기 치매환자가 혼재됐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면서 "정상 노인이 장기간 한방치료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초기 치매 환자가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더욱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 한방치매사업은 대상자 선정의 오류, 정밀 진단과정의 부재 등 총체적인 부실로 인해 치매예방사업이 아니라 인지점수 올리기 사업으로 전락했다"면서 "한방치료의 치매예방 효과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시민을 대상으로 한방치료를 시행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한방치매 예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해 주고 막대한 혈세까지 투입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른의료연구소는 "효과와 안전성도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시민을 실험대상으로 삼고, 혈세를 낭비하는 한방치매예방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시와 부산시한의사회 진행한 한방치매사업은 60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진단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한약·침·약침 등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조기에 효율적인 치매예방을 도모하는 사업. 약 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한방치매사업은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몬트리얼 인지평가검사(MoCA)' 두 가지를 사용해 인지기능변화를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기존 참여군(최종 97명)에서 MMSE 점수가 25.05점에서 26.47점으로 1.42점 상승했으며, MoCA는 20.93점에서 24.11점으로 3.18점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신규 참여군(109명 중 22명 탈락 최종 87명)에서 MMSE는 25.61점에서 26.90점으로 1.29점 상승했으며, MoCA는 20.58점에서 23.57점으로 2.99점 상승,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한의사회는 MMSE와 MoCA 점수의 상승을 근거로 제시하며 "경도인지장애를 대상으로 한의 치매예방 관리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시한의사회의 주장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정상인과 초기 치매환자가 부산시 한방치매사업 대상자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상자 선정과정부터 오류가 있다고 짚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주관적 건망증·경도인지장애·치매를 구별하려면 정밀 신경인지기능검사와 일상생활능력 평가를 실시해야 함에도 부산시는 인지장애 유무를 선별하는 도구에 불과한 MoCA 점수만을 기준으로 판단했다"면서 "MoCA 검사에서 양성이더라도 경도인지장애가 아닌 초기 치매일 수도 있고, 인지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인지선별검사 점수의 상승을 치매예방 효과의 근거로 든 데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 한방치매사업에서는 치매로의 진행 여부나 이행률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은 채 인지선별검사 점수의 호전 정도로만 인지기능 개선을 평가했다"면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치매예방 효과를 주장하려면, 치매로의 이행 여부에 대한 의학적 분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와 부산시한의사회가 진행한 한방치매사업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은 임상연구라는 점도 짚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경도인지장애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부산시 한방치매사업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을 이용한 임상연구"라고 규정했다.

한방치매사업 참여자 중 1명에서 환각 증상이, 다른 1명에서 가슴통증·피로·다한증이 나타난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사업 대상자의 대부분은 고령이기 때문에, 한방치료의 부작용은 아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른의료연구소는 "환각과 가슴통증 등의 부작용은 한방치료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부작용 발생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한방치매 치료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부산시가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시민의 건강보호에는 별로 관심이 없음을 시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방치매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의사가 면허 외 의료행위라는 했다는 점도 짚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과 의료행위인 MMSE와 MoCA 검사 항목은 의과의료행위로 분류돼 있어 한의사들이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의과 의료행위의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률전문가의 의견"이라며 "최근 보건복지부도 2017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일반 한의사의 치매진단 참여가 불가하다는 것을 밝히며 향후 객관적이고 과학화된 한방 치매진단법을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의사들이 의료기기 사용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MMSE와 MoCA 등 의학 검사법을 사용하는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 한방치매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고,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한 데 대해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 사업에서 1인당 60회 정도 시행하는 침구치료 비용 중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토록 하고, 대상자가 납부해야 할 본인부담금은 한의원이 지원해 전액 무료로 진행했다"면서 "본인부담금 면제를 통한 환자 유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를 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환자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한방치매예방사업에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바른의료연구소의 판단이다.

"환자에게는 전액 무료라고 하여 사업 참여를 유인하면서, 뒤로는 침구치료 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업에 참여하지도 않는 건강보험공단을 사업에 참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 바른의료연구소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행위로서 국민의 세금도 모자라 건강보험료까지 낭비하는 것이므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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