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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다시 거리로 뛰쳐나온 의사들 "문케어 결사 저지" 
[종합] 다시 거리로 뛰쳐나온 의사들 "문케어 결사 저지"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8.05.2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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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회원 5만여 명 참여
청와대 주체 '의료개혁 위원회' 문 대통령에게 요청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 소속 회원들이 20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개최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문제인 케어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문재인케어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5만 의사들의 함성과 절규가 주말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

대한의사협회는 20일 오후 1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문케어 저지와 중환자 생명권 보호 대회'를 명칭으로 한 이번 궐기대회는 작년 12월 10일 열린 제1차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전국 단위 의사 집회다.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천명하고 당선된 최대집 의협회장이 임기 시작 3주 만에 전국 단위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것은, 문재인케어의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강한 거부감과 급박한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개원의·교수·봉직의·전공의·공보의 등 의사 5만 1000여 명은 정부의 문재인케어 전면 재검토,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결사 저지, 진료비 정상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안정적인 진료환경 구축을 촉구했다. 특히 청와대가 주체되는 의료개혁 위원회를 설치해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한 의료제도 개선 논의를 의료계와 함께 시작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은 이날 대통령 건의문을 통해 "의협은 "청와대가 주체가 되어 의료제도의 오랜 병폐를 바로잡고 국민의 건강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 '국민 100세 시대를 위한 의료개혁 위원회'를 설치해달라. 의협은 의학과 의료의 전문가로서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 최선의 제도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혁의 첫걸음으로 대통령께서 직접 중환자 의학, 중증외상분야, 응급실, 산부인과 및 동네 1차 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일선의 의사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 이는 정부와 의료계가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이루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회에 참여한 전국 의사 회원  5만여 명은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건보재정 파탄 난다', '국민 위한 의료제도 포퓰리즘으로 무너진다', '국민 위한 안전의료 국가가 책임져라', '심평원의 진료지침 부실의료 조장한다', '의료진 부당구속 국민건강 무너진다' 등 구호를 외치며 적극적인 투쟁 동참 의지를 밝혔다. 

정부 태도 변화 없으면 초강경 투쟁 돌입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최대집 의협회장은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 자세를 촉구하고, 태도 변화가 없는 경우 강경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최 회장은 "정부는 문재인케어 발표 이후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대통령까지 강조한 수가 정상화에 대해 아무런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의료계의 양보로 재개된 의정협의에서 복지부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 협의를 진행하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면서 "만약 또다시 진정성 없는 대화, 일방적인 정책 강행이 발견되면 즉각 대화를 중단하고, 초강경 대정부 투쟁으로 강력히 밀어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계의 조건 없는 의정대화 제안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의료계를 들러리 세우고 시간을 벌며 전면급여화 정책을 강행할 경우, 의료계의 폭발적 에너지를 현 정권에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망상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필수적 의학적 비급여 중 급여화된 항목은 총 65개다. 최 회장은 "급여화는 이 정도 속도로 진행하는 것이 정상이다. 대통령 임기 내인 4년간 3600개를 급여화하겠다는 문재인케어는 제정신이 아니다"라 비판했다. 예비급여 제도에 대해서도 "진료비 10만 원 중 8만 원을 환자가 부담하는 제도는 '가짜 보험'"이라고 비난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운영 행태도 강하게 비판했다. 최 회장은 "모든 국가 행정이 투명성을 향해 나아가는데 유일하게 심평원만이 비밀 정보기관처럼 운영한다. 국민을 속이고 비밀주의 행정을 하는 기관은 해체해버려야 한다"면서 "투명한 행정, 심사기준 공개, 합리적 심사 기준, 자의적 삭감 중단 등으로 정상적인 기관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관련해 중환자 진료 시스템의 개선을 촉구했다. 

최 회장은 "중환자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다. 문제의 심각성과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국민의 여론을 살피며 의사를 구속하는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 의료진의 무죄판결을 받아내고 다시는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시스템 개선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 투쟁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오늘이 새 투쟁의 시작"이라며 "모두 함께 10만 의로운 병사가 되어 총성 없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자"고 힘주어 말했다. 

3차 궐기대회 열리면 정부 감당 못할 것

사진 왼쪽부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사진 왼쪽부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특히 "오늘 우리는 의료계의 단일하고 통합된 의견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번 궐기대회의 성공은 앞으로 5월 25일 제2차 의정협의가 이뤄지고, 이후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 등 여러 실무 회의에서 우리가 확실히 높은 협상력 갖는데 중대한 전환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만약 제3차 총궐기대회가 열려 의사들이 다시 몰려나온다면 그날은 사회와 정부, 청와대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를 받지 않으면, 의협은 국민과 함께하는 문재인 케어 저지 운동을 펼치겠다. 국민운동 노선이 펼쳐질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청와대가 잘 알것이다. 의료계가 똘똘뭉치고 국민과 손 잡을때 과연 정부와 여당이 거부할 수 있을지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는 의협 정성균 대변인과 홍순원 대외협력이사의 개회 선언을 시작으로 최대집 의협회장의 개회사,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과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또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이향애 한국여자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연단에 올라 의협 투쟁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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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연대사를 통해 "우리는 언제까지 정부의 탁상공론에 맞서 진료실이 아닌 거리에서 싸우고 울분을 삼켜야 하는가"라며 "문케어는 획일적인 치료를 법으로 강제해 의사에게는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하고, 국민에게도 원하는 치료선택권을 박탈할 것이다. 악순환의 도미노는 건보재정 고갈이라는 파국과 건강보험료 상승을 초래해 결국 전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장은 "궐기대회를 통해 의료계에 변화의 물결이 일기를 바란다. 의장으로서 각 지역과 직역 회원의 민의를 살피고 의견을 수렴해 의협 집행부가 문케어 저지와 중환자 생명권 보호 등의 회무를 균형 있게 집행해가도록 가교와 조타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장도 "진료 현장을 지켜온 의사들을 이 자리로 끌어낸 자들은 누구인가. 내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환자가 기다리는 진료의 현장으로 돌아가지만, 우리의 진료현장은 규제와 벌금 구속 처벌 소송 면허취소라는 올가미와 덫으로 가득한 지뢰밭이 되어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 회장은 "산부인과 전문의를 구할 수 없어서 분만 가능한 지역을 찾아다녀야 하며, 전국에 소아심장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병을 치료받기 위하여 이 나라를 떠나야 할 시기가 곧 다가온다"며 "의료정책에 의료인이 없고, 건강보험에는 환자가 없다. 오직 정부의 포퓰리즘만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좀도둑, 사기꾼인가?

의사의 말에 귀를 귀 기울일 것을 국민에게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은 "이 세상에 의사만큼 환자의 생명을 걱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누가 있나. 말도 안 되는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도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의학적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누구인가"고 묻고 "국민은 의사들의 진심 어린 호소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즉각 문재인케어와 관련된 모든 정책의 시행을 중지하고 원점에서 의료계와 다시 논의해야 한다. 우리 13만 의사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 소속 회원들이 광화문에서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개원의를 대표하는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장도 문재인케어의 허구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노 회장은 "문재인 케어는 의약분업처럼 또 하나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현행 수가를 정상화하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이 순서다. 일단 빼앗고 나중에 주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죽을 수도 있는 길로 등을 떠미는 것이나 다름없는 가장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의사가 좀도둑, 사기꾼인가. 기준에 맞지 않으면 도둑으로 취급하는 갑질 행태를 중단하라"며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무분별한 현지조사·확인 행태를 비난하고 투명한 운영을 요구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과 관련한 의료진 구속 사태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이향애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은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의사를 죄인으로 만드는 정부 시책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의사는 당연히 어느 상황에서도 중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또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세상을 떠난 신생아들의 희생을 우리가 제대로 갚는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사진 왼쪽부터 이향애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백진현 전라북도의사회 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이대목동병원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도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뚜렷한 사인도, 제대로 된 역학조사도 없이 살인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재판대 앞에 서게 됐다. 이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라며 분노했다. 이어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은 의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질병과 싸워도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수많은 법원 판례에서도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 최선을 다한 경우라면 병원 및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운대로 진료하고 싶을 뿐

임 회장은 "중환자실 전담 의사가 있는 종합병원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전공의들은 일주일에 90시간을 일한다. 경찰은 미숙아 중환자가 가득한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의료폐기물을 쏟아붓고, 심사평가원은 26주 690그램짜리 아이에게 불과 몇만 원짜리 치료재료 쓰는 게 아깝다고 한다. 이게 나라인가"라고 성토했다. 특히 "몰상식한 일들이 계속된다면 의사 중 그 누구도 살인자, 잠재적 범죄자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환자가 나빠질 때마다 최선의 치료를 한 의료인을 구속하고,필요 경비에도 못 미치는 정부 지원으로 의사의 양심을 찢어놓는다면 의료 전문가는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젊은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배운 대로 진료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안 회장은 "환자에게 필요하지만, 매번 삭감당하는 수술 도구를 어쩔 수 없이 재소독해서 쓸 수밖에 없고, 의사가 아닌 자를 PA라 부르며 의사가 할 일을 시키고 있다. 전국의 전공의들은 당직 때마다 160명이 넘는 환자를 보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골치 아픈 문제이기 때문에 방관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 도구 재사용, 비의료인의 진료, 전공의 혹사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오로지 의사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슬쩍 발뺌하며 모든 책임을 의사의 탐욕으로 돌린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배운 대로 환자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원칙대로 치료하면 환자가 위험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회에 참가한 의사 회원들은 대한문부터 세종 로터리, 광화문 로터리, 내자 로터리, 신교 로터리, 효자치안센터로 이어지는 약 2.5km를 도보 행진한 뒤 청와대 앞 100m 지점에서 집회를 했다. 이곳에서 백진현 전라북도의사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건의사항'을 발표했다. 이어 최 회장이 마무리 인사를 전한 뒤 시위대가 대한문으로 복귀한 오후 6시경 대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서울의대 문하늘, 연세의대 춤동아리 매버릭스 등의 문화 공연도 열렸다. 의협은 대회 당일 집회 장소 인근에 '국민을 위한 무료 진료 상담실'을 열어 시민을 상대로 각종 건강 상담도 진행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은 대회 당일 집회 장소 인근에 '국민을 위한 무료 진료 상담실'을 열어 시민을 상대로 각종 건강 상담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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