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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 사는 '미래세대' 의학교육 달라져야

가상세계 사는 '미래세대' 의학교육 달라져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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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전문직업성·환자안전 위한 독립적 정체성 확보 필요
노혜린 인제의대 교수 의료윤리연구회 강연 "의무보다 열정"

노혜린 인제의대 교수(의학교육학교실)가 14일 열린 의료윤리연구회에서 '한국의 미래 세대 의사를 위한 의학 전문직업성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의협신문
노혜린 인제의대 교수(의학교육학교실)가 14일 열린 의료윤리연구회에서 '한국의 미래 세대 의사를 위한 의학 전문직업성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의협신문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과 할아버지의 재력'이 만들어 낸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생)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의학교육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노혜린 인제의대 교수(의학교육학교실)는 최근 의료윤리연구회가 매달 열고 있는 월례강연에서 '한국의 미래 세대 의사를 위한 의학 전문직업성은 무엇인가?' 주제발표를 통해 "소아청소년기에 '타인에게 신경 쓰지 마, 넌 특별해. 엄마가 다해 줄게'라는 양육환경과 경제적 풍요 속에서 인터넷과 SNS라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애착 관계를 형성하며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세대와는 다른 가치·특성·태도를 보인다"면서 "인간 권리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시각이 부족하고, 일 보다는 개인적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의학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단일문화와 엘리트와 전문가 중심의 기존 질서가 해체되고, 디지털 환경이 펼쳐지면서 과거 세대에서는 하지 못했던 미투 운동과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국가 정책까지 바꾸는 다양성의 사회가 펼쳐지고 있다"면서 디지털 시대의 긍정적인 면을 짚었다. 

하지만 "개인주의·현실과의 괴리·신체활동 감소·온라인 괴롭힘·인터넷 중독·SNS 우울증·폭력 증가 등 디지털 환경의 부정적인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업무윤리와 가치 및 도덕을 중시한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는 기술사용과 음악·대중 문화, 진보와 관용 등을 중요시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밀레니얼 세대의 중심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사회적 도덕 규범의 와해와 함께 정서 및 정신 건강에 문제를 안고 있고, 현실 경험 부족과 자기 관리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한 노 교수는 "이로 인해 성적에 대한 집착과 부적응과 함께 인생에 관여될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의료계의 주류 세대는 교과서적 진료를 하고 싶다며 정부기관과 권력 투쟁을 벌이고, 국가와 보험 제도로부터 의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열심이었다면 의대생과 전공의 세대는 무한 진료의무에서 벗어나 인간의로서 의사의 삶의 질에 대한 보장과 병원의 도구로 쓰일 수 없다는 삶과의 투쟁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의료를 둘러싼 환경도 의사 개인의 역량과 상급 의사의 오더에 복종하기 보다는 팀과 시스템의 역량을 중시하고, 환자중심과 시스템을 포함한 다중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별 의사가 추구하는 가치 변화를 보면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는 전통적 가치관을 보이는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는 이를 수용하는 진보와 관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음악과 대중문화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업무윤리와 가치 및 도덕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의협신문
세대별 의사가 추구하는 가치 변화를 보면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는 전통적 가치관을 보이는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는 이를 수용하는 진보와 관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음악과 대중문화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업무윤리와 가치 및 도덕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의협신문

새로운 밀레니얼 세대에 맞춰 전통적인 의학교육과 의료윤리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교수는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의사 개인의 윤리와 의학 전문직업성과 사회적 책무성을 강조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면서 "'환자안전'을 위한 개인의 열정과 감성을 자극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의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성인으로서 자립할 준비가 부족한 밀레니얼 세대 의료인을 위해 노 교수는 "가상세계에서 나와 현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실제 인간과 자연에 대해 체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뒤 "실수를 두려워 하지 않도록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역경을 극복하고, 회복 탄력성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 첫 번째 과제가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신의 몸과 감정·사고를 자기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의사로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권리와 생명,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인간의 본성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노 교수는 "스마트폰(가상세계)을 내려놓고 몸의 생명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환자가 안전하고, 의학전문직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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