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심증
심장이 맨 먼저 자리를 잡았다
심장이 바뀌자 모든 장기가 뒤바뀌었다
거울 속 알몸처럼
순식간에 세상은 신체의 좌표를 바꾸었다
오른손잡이는 어느새 왼손잡이가 되고
우뇌형은 재빨리 좌뇌형으로 탈바꿈 했다
간과 쓸개는 여전히 한 통속으로 붙어 있다
맹장은 좌하복부에 간당간당 매달려 있다
십년 만에 좌우가 바뀌었다고 야단이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모습 그대로이다
나사를 죄고 푸는 것처럼
좌우란 옥죄임과 느슨함의 반복일 뿐이다
좌우가 바뀌자 피의 흐름도 바뀌었다
자세히 보면 좌우만 바뀌었을 뿐 질서 정연하다
내장은 온통 뒤죽박죽 섞여 있지만
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반드시 항문으로 배설된다
모든 장기가 좌우를 바꾸어도
입과 항문과 성기는
욕망의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우심증(dextrocardia·右心症) 심장이 선천적으로 정상과는 반대로 우측에 있는 경우를 말하며 우흉심(右胸心)이라고도 한다. 위나 간 등의 내장기관이 모두 좌우가 반대로 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심장 자체에 형태이상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2004년 <문학과 경계> 등단/시집 <극락강역>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산문집 <닥터 K를 위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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