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범죄행위" 강조…'위드유' 일환 젠더폭력 예방 방안 제시
젠더폭력으로 인한 예방과 상처 회복을 위해 전문가로서 노력 약속
최근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젠더폭력의 심각성을 통감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공감과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24일 '미투-위드유에 대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입장'을 밝히고, "젠더폭력은 불평등한 힘의 관계에서 발생해 약자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폭력의 한 형태로서 분명한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또 "우리 사회에는 젠더폭력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암시적·명시적 폭력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며 '위드유'의 목적으로 젠더폭력을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려는 방안으로 ▲젠더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실제적이면서도 꾸준한 교육 체계 구축 ▲젠더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보호 및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 ▲미투 위드유의 부작용으로 다른 젠더를 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학회는 "최근 직장 내 성폭력 예방 등에 대한 교육 과정이 도입되면서 이전보다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는 있으나 좀 더 적극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며, 특히 정규 학교 교과 과정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상대방의 고통에 대해 몰이해와 무공감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형식적인 교육은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 있을지 몰라도 효과는 보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직장과 학교 등에서의 실효성 있는 교육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면서 "직장 및 학교뿐 아니라 교육의 대상은 '젠더를 가리지 않는 전 국민'이 돼야 하고, 궁극적으로 문화변화 운동의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2차 피해 예방 및 지원방안 마련과 관련 "피해자임에도 오랜 기간 침묵하고 고통을 견딜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주변에서 정서적·실제적·법적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사자의 잘못으로 치부하거나 사회적 부적응자로 여기는 그동안 잘못된 사회 분위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므로 "주변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보았거나 알았을 때 은폐를 시도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함께하면서 용기 있게 말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해바라기센터'와 같은 통합적 원스톱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공공 차원에서 법적·심리적 문제에 대해 더욱 다양한 방식의 보호 및 지원서비스를 제공할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투 위드유의 부작용도 우려했다. 학회는 "미투 또는 위드유 운동을 통해 자신도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며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가해자로 몰릴 수 있으니 심지어 '펜스룰'을 내세워 아예 이성간 교류를 차단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대방을 피하는 것은 단순히 문제에 얽히기 싫다는 측면이 반영된 회피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반작용적인 공격성이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양 젠더의 대립은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서로 다가서는 태도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성숙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나와 다른 젠더를 존중하고 역량을 강화하며, 소중하게 활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며 "젠더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예방과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