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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뇌병증 예견 못한 의사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
검찰, 뇌병증 예견 못한 의사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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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고열·오한만으로 입원치료 판단 어려워" 1심 벌금형 파기
수원지법, 결핵약제 부작용 예견 못해...과실과 사망 인과관계 불인정
[사진=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의료과오를 둘러싼 형사 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어야 하며, 나쁜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못한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1심에서 2000만 원 벌금형을 받은 A의사와 벌금형이 너무 약하다며 항소한 검찰의 쌍방 항소 사건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A의사가 과실치사 사건에 휘말린 것은 두 달 전 다른 병원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고 1차 항결핵약제 투약을 받고 있는 B씨를 외래진료한 것이 발단이 됐다. A의사는 백혈구 감소증과 전신발작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항결핵제 투약을 중단한 뒤 재차 1차 항결핵제를 투여했으며, 부작용이 다시 나타나자 결핵약제를 일부 변경해 투약했다.

B씨는 2011년 1월 22일 입원, A의사에게 스트렙토마이신·사이클로세린·파스·피라지나마이드 4제 요법을 받으면서 백혈구 수치가 증가하고, 고혈과 전신근육통이 사라지는 등 증상이 호전됐다. 

2월 9일 퇴원한 B씨는 2월 14일 고혈과 오한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외래를 방문했다. A의사는 기존 결핵약제 중 피라지나마이드를 제외하고 귀가시켰으나 극심한 두통·어지럼증·전신쇠약감·오심·구토 증상을 호소하는 등 상태가 급격히 악화, 2월 16일 오후 5시 46경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오후 9시 5분경 반혼수상태에 빠진 B씨는 오후 11시경 자가호흡이 불가능해 중환자실로 옮긴 후 2월 21일 뇌사판정을 받았으며, 2011년 8월 1일 뇌병증으로 사망했다.

1심은 A의사가 2월 24일 B씨를 입원시켜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2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04도486, 2005다5867)를 인용,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2011년 2월 14일 피해자를 외래 진료한 조치에 대해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민사판결과 원심은 피해자가 2011년 2월 14일 외래진료 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뇌병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나 징후를 보였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면서 "따라서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2011년 2월 14일 외래 진료 시 보인 외래 진료시 보인 고열·오한 등 증상만으로는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2월 16일 시행한 뇌척수액 검사상 백혈구·단백질·당 수치가 모두 정상이었으므로, 감염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항결핵제 부작용에 의한 백혈구 수치 감소와 피해자의 감염성 뇌병증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복용한 결핵약제가 뇌병증을 포함한 신경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는 하나, 결핵약제의 부작용으로 응급실 내원 이후 급격히 증상이 악화돼 수 시간 내에 뇌사 상태로 빠지는 경우는 실제 임상에서 매우 드물다"면서 "업무상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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