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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강화 매달리는 '문케어' 의료붕괴 우려된다
보장성 강화 매달리는 '문케어' 의료붕괴 우려된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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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이념부터 제대로 정립해야...공급자 역할·의료계획 필요
이규식 원장 "의료 관리하지 못하면 후세대 재앙"...'이슈 페이퍼' 발표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보건행정학과) ⓒ의협신문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보건행정학과) ⓒ의협신문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이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채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경우 과다 의료이용으로 보험재정이 고갈, 2030년경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보건행정학계 원로의 우려 섞인 전망이 나왔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보건행정학과)은 건정연이 발행하는 '이슈 페이퍼' 최근호에서 '문재인 케어 성공을 위한 조건'을 통해 "건강보험에 대한 기본 이념과 공급체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채 보장성에만 초점을 둔 문케어를 서두르게 되면 고령사회를 맞이하는 우리사회에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위험성이 있다"면서 2000년 건강보험 통합을 강행하면서 건강보험과 관련된 기본적 이념이나 공급체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채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여 의료비 급증과 재정파탄 사태가 벌어진 사실을 대표적인 정책 위험 사례로 들었다. 

이 교수는 "당시 막대한 흑자가 나고 있던 근로자 보험의 적립금으로 보장성을 높이고, 의약품 사용량을 줄이면 보험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해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이라는 개혁을 동시에 추진했다"면서 "하지만 건강보험 통합을 앞두고 직장조합은 적립금을 줄여나갔고, 값비싼 오리지널 약의 처방을 늘려 재정을 증가시켰으며, 약국 조제료로 약국 관리료·조제기본료·복약지도료·조제료·의약품 관리료 등 다섯 가지 항목이나 설정한데다 의료파업을 달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보험수가를 인상함에 따라 보험재정 파탄이라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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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재정 위기 요인으로 전국을 8개 생활권역의 대진료권과 시·군·구 단위의 142개 중진료권(中診療圈)으로 나누고, 환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진료권에 있는 병원을 방문해야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한 진료권 제한 제도를 폐지, 의료이용률을 높인 점도 들었다. 

여기에 보험급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 100/100 본인부담 비급여 제도를 만들고, 비급여와 급여를 함께 제공하는 혼합진료를 공인하면서 1998년에서 2001년 동안 개인의료비가 66.1%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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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정부는 하반기부터 상복부 초음파와 MRI를 급여로 하면서 가격을 현재보다 대폭 낮추어 국민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이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보험급여 확대 방안만 있을 뿐, 의료이용에 대한 관리방안이 없다보니 이용량이 증가해 보험재정이 대폭 늘어난다든가, 새로운 비급여가 등장해 보장성을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2000년 건강보험 통합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현실이 말해주고 있다"고 짚었다. 

비급여가 등장할 수 없도록 신포괄수가를 적용하는 의료기관을 늘려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도 "지난날의 정책 괘도를 살펴보면 정부의 의도대로 용이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케어가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의료이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보장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보험료를 인상시키게 된다"면서 "국고지원은 늘어나지만 정부와 의료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의료는 더욱 영리화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케어는 보험급여 확대 방안만 있을 뿐 의료이용에 대한 관리방안이 없어 이용량이 증가해 보험재정이 대폭 늘어나든가, 새로운 비급여가 등장해 보장성을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한 뒤 "건강보험의료에 대한 이념적인 시각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면 어떠한 개혁을 해도 건강보험 통합 이후에 벌어진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며 "문케어가 보장성을 높이는 좋은 정책대안이 아니라 또 다른 실험으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40년간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면서 의료의 구매자를 환자로 착각해 수요접근을 했기 때문에 서비스 배분 방식이 건강보험제도의 본질과 어긋났다"고 밝힌 이 교수는 "건강보험을 전국민에게 강제 적용하면서 필요도 접근을 하기 보다는 '의료를 공공성이 강한 사적재화'로 간주해 수요를 토대로 하는 시장접근에 의존했기 때문에 의료이용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고, 병상수도 가장 많은 국가가 됐다"면서 "정부부터 건강보험의료를 사적재화로 간주하는 인식을 버리고, 기본권 보장을 위한 건강보험의료는 공공재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모든 국민을 건강보험제도에 강제 가입시켜 놓고 건강보험의료를 '공공성이 강한 사적재화'로 인식해 의료서비스를 수요 기준으로 배분하는 한 결코 문케어는 성공할 수 없고, 보장성이라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판받을 것"이라며 "문케어를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의료의 필요도부터 정립하고, 필요도를 배분하기 위한 공급자 조직의 위계화와 의료계획의 수립을 병행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공급자의 위계에 맞는 시설이나 장비 규정과 같은 조치없이 문케어를 강행할 경우,  고가의 검사가 넘쳐나고 증가하는 보험진료비는 물론 예비급여에서 부담할 높은 본인부담, 새로 등장할 비급여 등으로 인한 의료비 문제로 초고령사회가 견디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이 교수는 "공급자의 위계적인 조직화를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규모에 따른 시설이나 장비 규정과 같은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강보험의 거버넌스 구조를 개혁해 독일과 같이 단일 기금에 복수 구매자 시스템을 갖추어 구매자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이 교수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병원 입원을 줄이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의료와 요양서비스를 통합 제공할 수 있는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병원이나 요양병원의 설립도 엄격히 통제하고, 병상수도 규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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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병원을 공공재 생산 기관으로 간주하지 않음에 따라 민간병원은 건강보험의료도 사적재화로 간주해 영리적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이 교수는 "건강보험의료가 공공재가 되면 비록 민간병원도 공공재 생산자로서 대우해야 하고, 공공병원과 동일한 세제 등의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제도는 일시에 닥치는 의료비 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하는 좋은 사회제도"라면서 "이와 같은 좋은 제도를 유지하려면 환자의뢰체계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병은 동네 의원에서 관리받고, 병원 입원은 통제되는 등의 불편함이 초래돼도 참아야 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한다"면서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닥쳤는데도 언제든지 원하는 병원을 찾아 갈 수 있고, 의료 이용도 마음껏 하도록 허용한다면 거기에 따른 재정을 감당할 후세대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강보험의료가 기본권이라는 이념의 정립과 함께, 필요도를 토대로 이용이 제한될 수 있음을 주지하고, 필요도에 부합하는 의료계획을 수립해 의료이용도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도록 할 때 문케어가 지향하는 보장성 제고도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밝힌 이 교수는 "그렇지 않을 경우 문케어의 실행은 건강보험 통합 이후에 벌어진 의료의 남용과 의료의 영리화와 같은 우울한 추억을 재현시킬 우려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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