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까지 급여화...이건 아니다"
"로봇수술까지 급여화...이건 아니다"
  • 송성철 기자
  • 승인 2018.04.12 2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장성 강화' 모든 보건의료 영향...마스터플랜 세우고 평가해야
변화 없으면 병원 망해...수가 정상화 대통령 약속 믿을 수밖에...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2일 서울드래곤시티 아코르-앰배서더 서울 용산 콤플렉스에서 열린 제9회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병원의 미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2일 서울드래곤시티 아코르-앰배서더 서울 용산 콤플렉스에서 열린 제9회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병원의 미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기존 수술과 치료 결과가 비슷할뿐 아니라 비용효과성도 탁월하지 않은 로봇 수술(비급여)까지 보장성 강화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예비급여화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2일 서울드래곤시티 아코르-앰배서더 서울 용산 콤플렉스에서 열린 제9회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병원의 미래' 주제발표를 통해 "공적 재원을 쓸 때는 치료의 의미가 가장 중요하다. 임상 결과가 비슷하고, 비용효과성이 탁월하지 않는 것까지 보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냐"면서 "건강보험 재정이라는 공적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선택 영역까지 끌어들여선 안된다"고 밝혔다.

"고가의 수술이나 항암제를 예비급여로 한다해도 본인부담이 90%라면 소득이 낮은 사람은 경제적 이유로 이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권 교수는 "비용효과성을 따져 어디까지 급여로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합의와 사후 모니터링 통해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 교수는 "(비급여의 급여화로)가격이 변했을 때 소비와 공급이 증가하거나, 떨어질지를 파악해 소요 재정을 정교하게 예측해야 한다"면서 "수요·공급의 탄력성 자료가 있어야 하는 데 아직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장성 확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의 민간보험 재정 이전 효과에 대해서는 "민간보험사가 이익의 일부를 건강보험에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급병실 보장성 확대를 비롯해 우선 순위가 낮은 비급여의 급여화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에 따른 간호인력 수급 대책 등을 비롯해 급격한 노령화와 말기환자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문제도 우려했다.

권 교수는 "진료비 지불의 포괄화를 수반하지 않은 급여 확대는 장기적으로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낮다"면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과 장기노인요양보험제도의 연계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단순히 건강보험만의 문제가 아닌 의료전달체계를 비롯해 보건의료의 거의 모든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으므로 타당성을 갖춘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밝힌 권 교수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의료기술 발전의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중장기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보장성 강화 정책은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위한 우선순위 결정의 문제인 만큼 의료공급자와 국민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면서 "재정적 지속가능성 뿐 아니라 정치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논의 구조와 정책의 효과적인 집행과 평가를 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열린 제9회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병원의 미래' 주제 포럼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권순만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 지영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기준실장, 정영호 한국의료재단연합회장(의료법인 인성의료재단 좋은 꿈 한림병원장),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 진행을 맡은 이왕준 KHC 사무총장(명지병원 이사장). ⓒ의협신문
12일 열린 제9회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병원의 미래' 주제 포럼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권순만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 지영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기준실장, 정영호 한국의료재단연합회장(의료법인 인성의료재단 좋은 꿈 한림병원장),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 진행을 맡은 이왕준 KHC 사무총장(명지병원 이사장). ⓒ의협신문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바라보는 병원계의 우려와 기대도 나왔다. 

정영호 한국의료재단연합회장(의료법인 인성의료재단 좋은 꿈 한림병원장)은 "10년 전에 비해 병원의 규모와 재정은 커졌지만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위한 정책을 뒷받침하느라 수익이 바닥을 치고 있다"면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병원계는 이대로 변화없이 가기 보다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급여만 갖고도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을 믿어보자, 설마 대통령이 거짓말하겠냐는 게 솔직한 입장"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예비급여에 대해 정 회장은 "정부에서 가격과 사용 기준을 정해 통제의 수단을 갖겠다는 것이고, 칼을 쥐게 되는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면서 "하지만 현재 급성기시장이 요양시장으로 재편되고 있고, 의료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가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가 추진한 해외환자 유치가 병원 경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밝힌 정 회장은 "외국인을 제2의 글로벌 건강보험에 가입시키자는 중소병원협회의 제안은 저렴하고 질 높은 한국의 의료와 건강보험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비급여의 급여화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급여 수가의 현실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비급여의 총규모를 수가로 보전하고, 수가가 낮은 항목을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의료계와 성실히 협의하고, 합리적인 의견을 계속 수렴해서 보장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진행을 맡은 이왕준 KHC 사무총장(명지병원 이사장)은 "문재인 케어는 이제 닻을 올리려 하고 있다. 돛을 제대로 올린 것도 아니다"면서 "의료계와 병원계가 전략적인 방향과 논리로 설득하고, 과학적 근거를 갖고 대응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와 의료공급자 외에 시민참여를 통해 논의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권순만 교수의 제안에 동의한다"면서 "의료계와 병원계가 주도적으로 국민을 이해시키고 참여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토론을 정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