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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가성비' 따져는 봤을까?
약대 6년제 '가성비' 따져는 봤을까?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8.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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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전환은 시쳇말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결정이다. 사회적 비용은 많은데 그에 따른 사회적 공익은 모호하다.

4년제보다 교육 과정이 2년 늘면서 예비 약대생은 2년간 학비와 시간·기회비용 등을 더 부담하게 됐다.

한 번 늘어난 학제는 줄기 어렵다. 추가비용은 매년 누적되는 비용이 될 것이다. 미래 약사 수입이 지금보다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 예비 약대생이 끌어안아야 할 상대적 비용은 더 커진다.

그럼 커진 비용만큼 늘어나는 사회적 이익은 뭘까? 2009년 약대 4년 과정이 2+4년제로 전환할때 역시 논란이 됐던 문제다. 미래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제약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제약 과정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세웠지만 2+4년제 약대생이 4년제보다 제약산업에 더 필요한 인력이 됐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길어진 학제 탓에 나이가 많아진 2+4년제 졸업생이 서둘러 개국약사로 안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로인해 병원약사 인력난이 생겼다는 부작용이 최근 보도되기도 했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약사의 72%가 개국 약사라고 한다. 12%가 병원근무 약사다. 전체 약사의 84%가 조제업무를 주로 한다는 말이다. 제약산업에서 일하는 약사는 불과 4% 정도다. 그 4%도 전부 연구인력이 아니다. 4년제든, 2+4년제든, 6년제든 졸업생 대부분은 개국 약사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제약산업 발전에 따라 연구인력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4년제 체제에서도 제약산업에 특화된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제약학과를 특화하거나 특성화 대학원 등을 운영하면서 나름 돌파구를 찾았다. 충분했다고 볼 순 없지만 6년제 전환이 더 좋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도 없다.

굳이 따지자면 약대는 이익이다. 학제가 2년 연장되면서 학생수가 늘고 학비수입은 그만큼 많아진다. 그에따라 교수나 교직원을 늘리는 등 대학 규모를 키울 수 있다.

6년제가 되면 약사에 대한 사회적인 지위가 더욱 높아지리라 기대하는 기성 약사도 많다. 어차피 비용은 전액 미래 약사가 부담한다. 기성 약사는 손해볼 것 없다. 교육부 역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이들 모두에게 약대 6년제 전환은 '가성비 쩌는' 결정이다.

실질적으로 비용을 부담할 대상자가 특정될 수 없는 미래의 일인 탓에 반대 의견은 조직화되기 어렵다. 사회적 이익이 애매한데도 별다른 반대없이 약대 6년제 전환이 결정되는 씁쓸한 배경이다.

교육부는 11일 현 2+4년제를 6년제로 전환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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