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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신간]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신간]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8.04.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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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희 지음/새움출판사 펴냄/1만 3000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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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조숙한 아이가 있었다. 그는 좋은 대학을 거쳐 번듯한 직장에 다니다가 타인의 자살을 계기로 자신 안의 어두움을 깨달았다. 그는 그 어둠을 해결하고 같은 어둠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의사가 됐다. 그러나 대학병원 인턴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중 조울병이 발병했다. 우울증에 떠밀려 하루아침에 사표를 내고 병원을 나왔다. 그는 치료과정을 거쳐 이후 '마음의 병이 아닌 몸의 병'인 조울병의 실체를 알리고 남모르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안경희 회원이 쓴 '조울병 의사가 들려주는 조울병 이야기'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가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조울병 환자라고 고백한다. 처음에는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부인했고, 거부했지만, 다른 많은 환자들처럼 그 역시 병으로 인해 삶의 중요한 것들을 잃게 된다. 병을 일찍이 알고 인정했다면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들을….

조울병에는 명암이 있다. 조증일 때는 활기차고 일의 성과가 높아 다른 사람들보다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상태가 유지되면 좋겠지만, 대개는 조울병의 감정 기복과 충동성은 더욱 심해진다. 심한 조증이나 우울증 상태로 이환된 후 병원을 찾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살의 첫째 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보다 조울병은 자살 위험이 더 높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예전의 자신처럼 세상에서 숨어버리고 싶은 이들에게 "당신을 이해한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현실과 의학적 지식을 융화시켜 편견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상에 스스로를 드러냈던 흔적을 내보인다. 그리고 그의 경험에 대해서, 병과 치료에 대해서, 삶에서 부딪치는 어려움과 그럼에도 살아나갈 용기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조울병이 마음의 병이 아니라 몸의 병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생물학적 연구와  뇌 MRI·PET 등 첨단 영상의학 연구에서 노르에피네프린·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의 변화, 뇌 구조 및 부위별 활성도의 차이 등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뇌를 비롯한 신경계에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지배를 받는 행동면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일뿐, 정신질환은 기분 조절 미숙이나 자유 의지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도 신체 이상 중 일부인데,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인격적으로 우월한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한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병 이야기'로 시작한다. 조울병 환자인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병의 증상과 경과를 삶 속에 녹여내어 알기쉽게 설명한다. 조울병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특징을 가지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저자의 삶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두 번째 '치료 이야기'는 의사로서 조울병 치료에 대해 다가선다. 환자의 주치의로서 감정의 부침 앞에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조울병에 관한 의학적 지식이나 치료에 대한 정보도 곁들이며 병의 실체를 조명한다.

세 번째 '삶 이야기'는 삶의 순간순간 힘겨운 질곡과 마주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편지다. 그가 너무 힘들어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 같았을 때, 이제 그만 모든 것이 끝나도 좋다고 생각했을 때, 스스로를 살린 것은 어느 순간 스며든 '위로'였다는 것을 가슴 저미는 이야기로 옮긴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어떠한 모습이라도 괜찮습니다. 주눅들지 마세요. 그리고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02-394-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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