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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성 유방암 단일요법' 치료접근 간극 해소해야
'전이성 유방암 단일요법' 치료접근 간극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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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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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전남의대 교수(화순전남대병원 내분비외과)
박민호 전남의대 교수(화순전남대병원 내분비외과)
박민호 전남의대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내분비외과)

"조금만 더 살고 싶어요. 몇 년만이라도 진짜 사는 것처럼."

유방암이 원격 전이됐다는 진단에 환자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요새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법도 많이 발전했으니 포기하지 말고 잘 시작해보자, 그렇게 진료를 시작한다. 환자의 무너진 마음을 희망의 실낱으로 다시 세우는 일부터….

우리나라는 유독 암 재발환자가 치료 받기를 포기하거나 대체요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전이성 유방암은 완치가 어렵다는 인식, 항암치료에 대한 부담감 등 때문에 치료를 포기·중단해 증상이 빠르게 악화된 안타까운 환자들도 많이 보았다. 조금이라도 사람답게, 정상생활을 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이들이었다. 

국내 유방암 치료는 세계적으로도 자랑할만한 수준이다. 최근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도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은 물론, 삶의 질도 유지시킬 수 있도록 발전했고 제한적이던 치료옵션도 늘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법을 결정할 때는 암 진행 상태 및 이전 치료병력, 환자의 치료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병용요법은 암세포를 빠르게 사멸해야 하고 부작용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에게 사용 가능하다. 부작용에 치명적 영향을 받는 고령환자 등이나 사회·가정생활 영위가 중요한 환자라면 독성 조절이 용이하고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독요법을 고려한다. 단독요법은 ASCO·ESMO 등의 해외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우선 권고되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까지 두루 고려한 방침이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필수적인 항암화학요법은 효과가 좋은 편이나, 치료에 대한 부담감 역시 크다. 환자들의 투병기간이 길어진 탓이다. 거듭된 항암치료로 독성이 누적되고 약제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어 치료법 결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기존에 경험한 항암치료에 부정적 인식이 남은 환자는 똑같은 고통을 겪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음 항암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 두려움이 클수록 다음 치료를 견디지 못하거나 대체요법을 선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이런 측면에서 단일요법의 조기사용이 권고되는 추세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환자들에게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해 최선의 치료법을 제시하고 싶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단일요법을 포함해 여러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의 허가사항과 급여 적용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례로 해외 치료지침에서 우선 권고되는 단일요법 항암화학치료제의 적응증은 '2차 이상 치료'이나 급여는 '3차 이후부터'다. 단일요법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환자라도 보험이 안 되면 권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단일요법 치료가 국내에서는 더딘 편이다. 적응증 및 급여 허가의 불일치는 환자들의 혼란을 야기하며, 경제적 여건에 따른 치료 불평등을 초래한다.

정부에서는 문재인 케어를 통한 비급여의 급여화로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환자들이 경제적 문제로 의료 불평등을 경험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 절차상 임상적 근거나 비용 등 데이터상의 차이, 사회적 요구에 따라 약제의 급여화 속도에 편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급여확대의 지연으로 치료 혜택으로부터 소외되는 환자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진료를 하다 보면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보다 치료제 급여 여부를 우선 순위로 두는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더 잘 살고 싶은 마음보다,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것이다. 환자들이 경제적 문제로 차순위 치료제를 선택하지 않도록, 더 나은 치료법의 임상적 유효성을 인정한 범위로 급여를 확대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인식과 치료접근성 역시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수준으로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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