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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받은 환자…국내 첫 출산 감동

심장이식 받은 환자…국내 첫 출산 감동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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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심장이식 수술 받은 이은진 씨, 올 초 2.98kg 건강한 남자아이 출산
김재중 교수 "출산 기쁨 누리기 어렵다 생각한 장기이식 환자에게 새 희망"

심장이식 환자 중 국내 처음으로 엄마가 된 이은진 씨(오른쪽)가 친정어머니인 김순덕 씨와 아이 오강현 군을 돌보고 있다. 이 씨의 친정어머니 김순덕 씨도 2014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았다.
심장이식 환자 중 국내 처음으로 엄마가 된 이은진 씨(오른쪽)가 친정어머니인 김순덕 씨와 아이 오강현 군을 돌보고 있다. 이 씨의 친정어머니 김순덕 씨도 2014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았다.

조산과 유산의 가능성이 높아 임신이 어렵다고 알려진 심장이식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산에 성공해, 저출산 시대에 새로운 감동을 주고 있다.

본인 및 가족의 의지와 병원의 철저한 건강관리가 뒷받침된다면 심장이식 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가 생겨 임신과 출산에 대해 두려움이 큰 중증질환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될 전망이다.

주인공인 이은진 씨(37세, 광주광역시)는 올해 1월 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강한 2.98kg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2013년 3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 씨의 출산은 국내 심장이식 환자 중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 소식은 있었지만 흉곽 장기인 심장이나 폐 이식 후 임신을 하는 경우 태아의 선천성 기형과 자연유산 확률이 높다는 해외연구결과 등으로 인해 가임기 심장이식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임신 전 주치의와 함께 이식 장기의 거부반응, 콩팥이나 간 기능,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신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임신 기간 중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심장이식 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출산을 통해 확인됐다.

이은진 씨는 10년 전 지역병원에서 심장근육의 문제로 심장이 비대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상태가 악화해 201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씨는 심장이식 수술 후 헬스 등 운동으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왔으며, 2016년 결혼 후 임신을 계획했다. 남편과 시댁은 임신 후 이 씨의 건강을 염려해 만류했지만, 엄마가 되고 싶은 은진 씨의 뜻을 꺾을 수 없었고, 같은 심장이식 환자인 친정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도 임신을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 씨는 2017년 3월 임신 후에도 자주 병원을 찾아 정기적으로 이식된 심장의 기능과 거부반응의 여부, 고혈압이나 당뇨 등이 발생하는지를 관찰했다. 다행히 임신 중 체중 및 약물 조절이 잘 됐고 건강에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올해 1월 출산을 앞두고 마취과에서는 심장이식 수술력이 있기 때문에 전신마취 후 제왕절개를 권유했다. 하지만 전신마취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직접 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이은진 씨의 심장질환 관리를 꾸준히 맡아온 김재중 교수(심장내과)가 척추마취 후 제왕절개를 해도 될 것 같다고 마취과를 강하게 설득했다. 첫 출산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라는 배려였다.

지난 1월 9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의 집도로 2.98kg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자마자 분만실에서 아이의 얼굴을 본 이 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성인 심장이식의 증가와 소아 심장이식 후 생존율 향상에 따라 심장이식을 받은 가임 여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가 업무를 시작한 2000년 이후 현재(2018년 3월 30일)까지 1391건의 심장이식이 있었다. 이들 심장이식 수혜자의 32%가 여성이었으며, 여성 수혜자 중 대략 3분의 1이 가임기 여성이었다.

이식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장이 나빠져 있는 상태에서는 대부분 정상적인 임신과 임신 유지가 어렵지만, 이식 후 1년 이상이 지나서 이식된 심장의 기능이 안정적이고 건강이 회복된 경우 담당 의사와의 충분한 상의 및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임신을 시도할지 결정하게 된다.

임신이 된 뒤에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이식된 심장의 기능, 거부 반응, 감염, 임신중독증, 당뇨 등이 발생하는지를 지속해서 추적 관찰하게 된다. 이러한 관리를 통해 임신이 안전하게 유지되어 분만하게 될 때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가 모두 가능하다.

김재중 교수는 "그동안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은 간간이 보고됐지만, 심장이식 환자의 출산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심장이식 가임기 환자들도 새 희망을 품게 돼 기쁘게 생각하고, 아이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또 "심장이식 환자가 임신을 시도할 경우 면역억제제를 줄여야 하므로 주기적인 검사로 적절한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고 주기적인 심장 검사를 받는 등 의료진의 관리가 필수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원혜성 교수(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는 "저출산 시대에 이식환자 등 중증질환 환자들의 임신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약물복용 등으로 인한 여러 위험성이 있는 만큼 임신 전부터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야 하며, 임신 기간 중에도 산모의 굳은 의지와 의학적인 처치가 뒷받침돼야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장이식 환자 중 국내 첫 출산을 한 이은진 씨는 "아무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심장이식 환자의 임신과 출산이었지만 의료진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어 두렵지 않았다"며 "건강하게 태어나준 아이에게 고맙고, 나와 같은 심장이식 환자들이 엄마가 되는 기쁨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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