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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중환자의학회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영장 신청 분노"

신생아·중환자의학회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영장 신청 분노"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0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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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학회·중환자의학회, "사건 관련자 구속 영장 철회" 주장
국내 중환자 의료 붕괴 책임…"보건당국·사법당국에 있다" 강조

경찰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관련 의료진 네 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의료계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대한신생아학회·대한중환자의학회도 "사건 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 간호사는 수액 준비 지침을 지키지 못했고 의사는 잘못된 관행을 묵인·방치한 지도 감독 의무의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수사는 신생아들의 사인이 지질주사제 준비 과정의 오염으로 인한 패혈증에 의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이에 두 학회는 2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을 국가 및 병원의 중환자실 감염 관리에 대한 총체적 실패로 정의한다"며 "그동안 학회가 보건 당국 및 정치권의 요청에 따라 사건의 근본 해결을 위한 방안을 지난해 12월 말 이후 열린 수차례 전문가 공청회를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제시한 것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중환자 전문의가 없는 중환자실의 패혈증 사망률은 전문의가 있는 곳에 비교해 두 배 이상 높고, 중환자실 근무 의사와 간호사는 과중한 업무 강도와 환자의 죽음이라는 일상화된 스트레스 속에서도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은 우리들뿐 이라는 전문가적 자부심과 보람 하나로 버텨왔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의료진들의 신상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언론에 너무 쉽게 노출됐고, 사건의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았다"고 꼬집었다.

두 학회는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우리들의 자존심과 의욕은 땅에 떨어졌고,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부모 형제 자녀를 의료진에게 맡긴 보호자들의 감정이 전보다 한 층 예민해진 것을 느낀다"고 심정을 밝혔다.

특히 "수련 전공의들은 중환자 진료에 점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중증 환자 치료의 교육 현장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상대적으로 전문의들의 업무는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학회는 "만약 현재 구속영장 심사 중인 의료인에 대한 구속 및 형사 처분이 현실화될 경우 지금도 문제가 돼 있는 공급 부족에 더해 기존 중환자 의료 인력의 이탈이 우려되며, 이로 인해 초래될 난국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극히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선진국들은 사회적 파장이 큰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의료 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삼아왔다는 것도 부각했다.

두 학회는 "최근 시행된 '전공의 특별법'과 '환자 안전법'은 모두 의료인의 과중한 업무가 곧 환자의 사망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에서 제정된 것들이며 두 사건 모두 해당 의사의 구속이나 형사처분으로 귀결된 전례는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본질상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주사제인 지질 주사제에 의한 의료 감염 관련 사망사고인데, 경찰은 의료진의 혐의를 업무상 과실 치사로 정의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두 학회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쾌적한 진료 환경과 합리적인 인력 운영 시스템을 갖춘 선진국 중환자실조차 항생제 내성균 발생과 이로 인한 패혈증 및 사망이 없는 곳은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국내 성인 중환자실의 패혈증 사망률은 40%에 육박하며 이는 다른 선진국 통계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밝힌 뒤 "이 중 상당 부분은 여러 환자를 맡은 의료 인력의 접촉이나 기구를 통한 원내 전파에 기인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발생할 여지가 있는 모든 원내 감염 사건, 그리고 의료 감염 관련 사망 사건에 관련된 의료진도 이번 사건과 같은 잣대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아기들의 연쇄적 사망을 막지 못한 의료진의 과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아기의 치료에 관여했던 의료진만이 입건되고 구속의 위기를 앞둔 현 상황은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두 학회는 "이대목동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은 지난 수년 간 지질주사제 및 다른 바이알 제제에 대한 분할 투여를 유지해왔는데, 이는 실제 사용분 이외 청구분에 대해 삭감을 함으로써 분할 및 과다 청구의 빌미를 제공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책임은 있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격리실 등 제대로 된 감염 시설을 갖추지 못한 이대목동병원에 지난 수년 간 최상위 등급의 위상을 유지해 준 이유는 무엇이고, 전공의의 혹사를 통해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국내 대형 종합병원의 의사 인력 공급과 관리 체계의 근본적 문제는 누구의 책임인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제기했다.

두 학회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에 대한 경찰의 구속 영장 신청에 분노한다고 밝히면서 ▲의료 감염 관련 사건으로 인한 의료진의 법정 구속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검찰은 즉시 신청된 구속 영장을 기각할 것 ▲이번 사건이 향후 의료진에 대한 실질적 처벌로 이어질 경우 막중한 사명감 하나로 중환자 진료에 임해 온 우리들은 진료 현장에서 떠날 수밖에 없으므로, 이로 인한 국내 중환자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잘못된 제도를 방치해 온 보건 당국과 비상식적인 사법적 판단을 한 형사 및 사법 당국에 있게 될 것 ▲현재 진행 중인 의료 관련 감염 종합대책과 중환자 진료 체계 개선안은 전문 의료인력의 확보와 이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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