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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료 '시작이 반'이다
치매 치료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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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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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경상의대 교수(경상대병원 신경과)
정희정 교수ⓒ의협신문
정희정 교수ⓒ의협신문

3월 셋째 주는 세계적인 뇌과학 축제인 '세계 뇌 주간(Brain Awareness Week)'이다. 뇌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데, 대표적 뇌 질환인 '치매'를 주제로 한 발표도 늘었다. 고령사회와 맞물려 치매는 국가적,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사회에서 치매는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던 개인의 문제였다. 올해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으로 이제는 사회가 함께 관리하는 노인성 질환으로 그 인식을 변화할 수 있는 시작점을 맞이한 듯하다.

퇴행성 치매는 현재까지는 근본적인 원인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이 맞다. 하지만, 대중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치매 증상 치료수준은 향상됐다. 치매로 나타날 수 있는 이상증상 대응 방법의 정교화, 비약물적 치료법 개입 등으로 치매도 어느 정도 조절과 관리가 가능해졌다. 치매의 근본적 치료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치매 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는 조기 진단을 통해 이른 시기에 치료를 시작해 중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다. 치매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억제하거나 늦출 수 있는 약물치료는 뇌 손상이 심하지 않은 경도의 환자에게 더 효과적이다. 즉, 치매치료가 지연될수록 '더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단 1년이나 6개월이라도 일찍 약물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인지기능개선 효과가 더 높다는 연구만 봐도 알 수 있다. 치매 증상은 초기부터 꾸준히 관리하면 환자의 독립성을 연장시켜 환자가 일상생활 장애로 인해 요양 시설에 입소하기까지의 시간을 더 벌어준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치매에 대한 사회의 오랜 편견과 그릇된 인식으로 많은 치매 환자가 중증으로 진행되기 전까지 치료없이 지내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일부 환자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치매 말기 증상만을 '치매'라고 생각하며, 치매를 '치료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치료가 되지 않는 병이다'라고 여기기도 한다. 치매 진단을 받고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치료 필요성을 부정하는 경우도 있다.

치매 치료 지연에 대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치매 발병부터 의료기관 내원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년이며, 가족이 이상을 느낀 시점으로부터 1년 이상 경과한 후 내원하는 경우가 30%나 된다. 일본은 치매 진단 후 조속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치매대응경로(Dementia Care Pathway)'를 구축,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치매 조기진단과 치료지원을 위한 시스템이 더욱 확충되고 있다. 치매 조기검진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치매는 조기부터 꾸준히 치료하면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환자의 초기 진단율 및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치매 고위험군과 가족 대상 교육·홍보 등이 치매 인식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기 전 두려움이 앞서 시작조차 엄두를 못 내는 사람에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건넨다. 더 이상 늦은 치료에 후회하는 치매 환자가 없도록,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 이제 그 시작에 대해 전해야 할 때다. 치매의 근본적 치료에 대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고, 머지 않아 치료의 꿈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 본다. 오늘도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 이러한 희망을 전하며, 그 희망선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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