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진료 공간에서의 딜레마
청진기 진료 공간에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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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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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기과)
김재헌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기과)
김재헌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기과)

<The Doctor's Dilemma>라는 희곡은 제 2의 세익스피어라고 불려지는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매우 유명한 작품이다. 

그 작품 안에서 의사의 딜레마는 자본주의로 들어서는 당시 사회에서 제한된 의료의 행위 환경에서 치료를 누구에게 먼저 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딜레마이다. 

현재에도 아직 많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제대로 된 의료행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곳이 있지만 다행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는 높은 의료의 접근성과 전국민 의료보험이라는 훌륭한 혜택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의사의 딜레마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 나왔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한 소아과 여자의사가 쓴 수필에서 본인의 딜레마에 대해 그리고 의료행위에 대해 짧게 나마 성찰했다. 

그 수필에서는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환자의 말을 따뜻하게 들어주는 것과 진료를 정확하게 하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토로했고, 스스로도 풀 수 없는 딜레마라고 결론내렸다. 

미국의 의료환경과 한국의 의료환경은 많이 다르다. 더군다나 한국의 의료환경에서는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이런 환경 속에서 따뜻하게 환자의 말을 세심하게 들어주면서 진료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환자와 환자 보호자에게 친절하고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입장을 고려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많은 환자 모두에게 친절을 베풀고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얘기를 다 들어주면서 진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또 지나치게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알게 되면 치료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객관적인 부분을 놓치는 실수를 범할 가능성도 높다. 

과거에 버나드 쇼가 얘기한 의사의 딜레마는 의사 개인의 사회 환경에 대한 직관을 얘기한 것이라면 요즘 언급되는 의사의 딜레마는 의사 개개인의 친절함과 더불어 의료 효율성에 대한 문제다.

환자와 의사도 하나의 인간관계여서 가까워지면 많은 장점이 있겠지만 한 환자와 가까워지는 과정 때문에 의료의 효율성이 떨어져 다른 환자가 피해를 본다면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의사도 한 명의 사람이고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감정과 이성 사이에 중립을 지키기가 힘들며 일률적으로 진료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 없는 데 있다. 

필자는 NEJM의 필자가 제시하지 못한 현대 사회의 의사의 딜레마에 대한 답을 짧게 나마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선배 의사들을 보면서 그들의 경험을 직접적 내지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우리의 경험에 옷을 입힌다면 의사 개개인 스스로가 이 딜레마에 대한 답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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