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 교수 "약침, 한방의료로 보기 어렵다"
법대 교수 "약침, 한방의료로 보기 어렵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3.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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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없이 투여...성분 공개하고 안전성·유효성 검증해야
정규원 한양대 법전원 교수 '약침 한방 의료행위성' 주제발표
정규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7일 서울의대에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원례학술발표회에서 '약침의 한방 의료행위성에 대한 검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정규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7일 서울의대에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원례학술발표회에서 '약침의 한방 의료행위성에 대한 검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약침행위는 한방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법학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정규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약침의 한방 의료행위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약침행위는 주사행위의 일종으로서 전통 한방의료행위에 속하지 않는다"면서 약침행위의 법적 요건과 근거에 의문을 던졌다.

약침요법은 1967년 한약업사인 남상천 등이 전통적인 '한방 침술'에 의학계의 '약물 주입' 개념을 접목, 한약을 경혈에 주사하는 새로운 '한약 주사요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의료행위가 개발된 경우 엄격한 절차를 거쳐 인체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한 정 교수는 "의료행위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위험성을 고려해야 하고,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면서 "그 기준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자연과학적 근거"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인체는 더 이상 자연과학적 근거가 없는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경험에 근거해 이루어진 의료행위 또한 과학적 근거지움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것이 의료행위의 역사였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약침행위가 한방의료행위로서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효율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한 정 교수는 "약물의 성분 공개와 더불어 통상적인 신약개발에서 요구되는 검증절차와 같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먹는(경구용) 한약을 투여경로를 바꿔 근육(경혈)이나 정맥(혈맥)에 투여하는 데 대해서도 "동일한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피하주사·근육주사·혈액주사 등 투여 방법에 따라 각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다"면서 "신약 개발에서도 투여방법이 다른 경우 새로 검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외탕전실 약침액 대량생산 '조제' 아닌 '제조'

정 교수는 대법원의 의약품 제조에 관한 판례(91도2329)와 '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을 들어 "의약품의 '제조'와 '조제'를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특정 환자를 염두에 둔 처방전을 포함한 환자의 특정성과 용법의 특정성,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약물을 사용하기만 하는 것인가, 새로운 약물을 창출해 내는 것인가"라면서 "약침액의 생성행위가 조제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생약물질로부터 약침액을 추출하는 행위가 제조가 아닌 조제행위라고 볼 수 있어야 하고, 특정 환자의 특정 용법을 전제로 이미 생성된 약침액을 배합하거나 분량을 나누는 형태로 약제를 생성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약침액의 생성행위는 특정 환자와 처방전을 전제로 하지 아니한다면 약물의 제조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또 항생물질제제를 사전 약속 및 사전 처방에 의해 미리 준비한 행위를 조제의 예비행위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91도2329)에서 제시한 요건과 관련, "실제로 처방전이 발생될 것이라는 요건은 특정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을 토대로 처방전이 발행되어야 하는 데 현재로서는 확실히 알 수 없어 원외탕전실과 한의사 측이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고, 동일 의료기관 내일 것이라는 요건은 분명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약침액을 생성·공급하는 절차는 대법원이 말하고 있는 조제의 예비행위 내지 예비조제행위로 볼 수 없다"고 정리했다.

"조제행위는 특정 환자의 특정 질환을 전제로 하는 행위로서 이미 생성된 약물을 배합하거나 분할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한의사의 원외조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정 교수는 "약침행위가 정당한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면 이를 근거로 보험을 청구하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약침주사는 의사의 면허범위 내 의료행위인지, 한의사가 할 수 있는 행위인지를 판단하기 이전에 유효한 의료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힌 정교수는 "유효한 의료행위인가 여부는 의학이건 한의학이건 과학적 검증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한방의료에 대한 엄격한 검증방안이 한의학계 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이러한 검증방안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국민 건강보험체계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의료를 왜곡시키지 않도록 의료행위에 대해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소신도 보탰다.

정 교수는 "의료행위에 대해 충분히 경제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면 다양한 형태로 건강보험을 피해 가기 위해 편법이 동원될 수 있다"면서 "의료전문가의 지나친 이기주의도 자제돼야 하지만 정당한 의료행위를 왜곡시키는 시스템도 장기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약침학회에서 만들어 전국 한의원에 공급한 약침액. 서울고등법원은 2017년 11월 16일 보건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한약침학회 사건에서 불법 행위를 모든 인정,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206억 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최근 들어 한의계에서는 약침액을 혈액약침이라며 정맥에 투여하고 있어 안전성과 유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의협신문
대한약침학회에서 만들어 전국 한의원에 공급한 약침액. 서울고등법원은 2017년 11월 16일 보건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한약침학회 사건에서 불법 행위를 모든 인정,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206억 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최근 들어 한의계에서는 약침액을 혈액약침이라며 정맥에 투여하고 있어 안전성과 유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의협신문

의료법학회 참석자들 "약침 과학적 검증 필요" 공감

종합토론에서는 약침행위와 약침액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법적인 근거를 놓고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약침은 약사법 부칙 제8조에 따라 한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는 근거가 있고, 보건복지부 고시(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를 통해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돼 있으며, '원외탕전실 설치·이용 및 탕전실 공동이용에 관한 지침'에서는 원외탕전실에서 한의사나 한약사에 의한 약침 조제를 규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법적 정당성이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정 교수는 "약침치료는 통상적인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다.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면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다"면서 "약침 전체가 정당화된 한방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신약개발시스템을 통해 검증해서 정당화 해야 한다"고 답했다. 

"약침술이 비급여로 등재된 만큼 국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정 교수는 "약침액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서 비급여로 등재한 것이 아니다"면서 "행위인 약침술과 약침액의 안전성 문제는 내면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예비조제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원칙적으로는 안되지만 예외 사항을 인정한 것이므로 판례에서 제시한 각각의 요건을 엄격하게 충족해야 한다"면서 "동일병원 내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원외탕전실에서 대량으로 약침을 생산하는 것은 조제행위"라고 못박았다.

김운묵 한국입법학연구소 부소장은 "고서에 기록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한의학과 한방의료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약침은 경우 침이라는 전통적 한방의료행위에 약을 붙임으로써 합법성과 신뢰를 얻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좋은 약재를 한데 섞어 끓이면 몸에도 좋을 것이라는 맹신이 있는데 환자들이 호소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숱한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며 한약의 부작용과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도 약침액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구체적인 과학적 검증 방법에 대해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에는 약을 투여하고, 한 쪽에는 위약을 투여하는 무작위배정 대조군 연구를 통해 통계적으로 유효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유효성분을 추출하는 과정을 밟으면 된다"면서 "과학적 검증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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