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파수
사막의 파수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2.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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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파수
김호준
김호준

종종 바다로 밀려나가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나는 
파수꾼임을 자처해왔다 
 
모래알을 움켜쥐던 바닷물이 다 말라버리고 나면 
가늘고 투명하게 번지는 양막이 살색 협곡을 에워싼다 
하얀색 외투는 내 몸에 꼭 맞으니 
성급하게 메운 실루엣이 분명하다 
소매의 공백을 축내온 태양이 겨우 저물었다 
소금보다 여려서 방랑자인 모래 알갱이들이 
굴곡진 낙타 잔등에 달라붙어 별자리처럼 타오른다 
내막의 면을 매만지며 우그러지는 빗방울에서 
한 모금씩 물비린내가 묻어나온다 
가지런히 흘러내리는 점적(點滴)들마다 
시퍼렇게 설익은 혈관 가지들이 뻗쳐있다 
메마른 천둥소리는 모래바람에 묻혀 허우적대는 사막의 오랜 풍습이다 
양막은 과연 누군가의 탄생을 숨기려 드는가 
손이 귀한 대지는 잡음으로 운다, 파도가 되어 
뭍으로 돌아오지 못한 태아의 비명은 
수면 아래 감춰진 파동의 골이 등고선을 찢고 나온 징후이다 
 
오래 잠들었던 양수가 쏟아져 나오니, 이제는 나의
새물, 퍼덕이는 진전(震顫)에서
비늘 떼 지은 연푸른 화생(化生)이 몰려올 시각이다


 

공중보건의사/2014년 <시와 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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