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의 계보
온몸을 휘감는 독사의 선과 색,
그 주술의 포박 때문에
민둥이 알몸으로 체득한
중독성 제의행위이다
생존의 화장술로 변신한
꽃과 열매들의 모습들을,
야생의 문장으로 지켜오던
순록의 뿔과 들소의 머리를
라스코의 벽에 돌칼로 새겼다
전설의 매듭을 잊지 않으려고
아이스맨의 옆구리와 발목에
지느러미와 날개의 줄무늬를
피딱지가 엉기도록 뼈칼로 새겼다
접신하는 손끝의 물감으로
이마와 볼에 토템의 문양을,
북처럼 두드리던 가슴팍에는
상형의 문양으로
구원의 소리 틀을 그렸다
애무하는 혀끝의 떨림으로
열리는 속살의 틈새로
문신의 물감이 스며들며,
틀이 소리로 다시 재생되어 울리고
정수리 천문의 떨림이 되었다
동굴의 벽화보다 오랜 세월
지워지지 않을 파문을
빛살 끌로 망막위에
기억의 문신으로 새기고,
골수의 주름 속으로 파고들어
아득한 시원의 소리를 닮은
시공의 기파가 되었다.
김영철내과의원 원장 / <미네르바>(2007) 등단/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시집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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