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세월이 허리에 걸려
구부정하게 등 굽은 할머니
키 보다 더 큰 폐지 묶음을 끌고
건널목을 건너는데
빨간 신호로 바뀐 지 오래건만
아직 반도 못 건넜다
위태위태하다
일 킬로에 백사십 원
십 킬로에 천사백 원
시장 안 강화식당 된장백반은 오천 원
저녁밥값은 벌었는지
커다란 폐지 묶음에 끌려가는 할머니
오늘 하루 해 떨어지는 것이
아슬아슬하다
강원도 강릉 솔빛안과의원장/<시와시학> 등단(2011)/<천국아파트> 등 시집 3권 상재. 현재 고향인 강릉에서 안과 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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