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을 告함
연명치료 중단을 告함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2.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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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중단을 告함
김연종
김연종

나는 죽음을 찬미하는 것이 아니다 
목숨을 담보로
삶의 고통을 덜어내고자 함도 아니다 
그저 마지막 길을 당당하게 걷고자 함이다
이제 모니터로는 남은 생을 기록할 수 없으니 
내 몸에 부착된 고통의 계기판을 제거하고
가장 편안한 단추의 상복을 부탁한다 
덩굴식물처럼 팔을 친친 감고 있는 링거줄 
산소처럼 고요한 인공호흡기  
울음 섞인 미음을 받아 삼키던 레빈튜브 
충전이 바닥 난 심장을 감시하느라 
한시도 모눈종이의 눈금을 벗어나지 못한 
심전도 모니터링을 모두 제거해 주기 바란다 
일체의 심폐소생술 또한 거부한다 
사유의 파동이 사라진 육신의 신호음은
한낱 기계적 박동일 뿐이니 
에피네피린과 도파민의 사용을 원치 않는다 
기계의 호흡과 심박동은 이미 어긋났으니 
심장마사지는 사양한다 
썩은 육신을 인수해 갈 가족과 
상한 영혼을 거두어 갈 神과 조우의 시간, 
내 죄 값을 흥정하는 비굴한 모습을 원치 않으니 
침대 주변을 말끔히 정리해 주기 부탁한다 
이제 종언을 告하노니, 
여태껏 밀린 치료비와 남은 죄값은 
저당 잡힌 내 생의 이력서에 함께 청구해주기 바란다 
 

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2004년 <문학과 경계> 등단/시집 <극락강역>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산문집 <닥터 K를 위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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