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비타민
밤이 매우 깊었는데
노인이 약을 달라고 한다
어디 성한 곳이 없다고
자꾸 약을 달라고 조른다
정말 좋은 약이라고
간호사, 비타민 한 알 꺼내준다
모든 통증이 사라질 거예요
내일도 약을 꼭 달라며
빙긋이 웃으며 돌아선다
위약(僞藥)인줄 뻔히 알고 그러는지
정말 모르고 그러는지
노인이 또 간호사를 부른다
방금 삼킨 것이 목줄을 채 넘어가기 전인데
또 약을 달라고 조른다
간호사, 이번엔 색깔 다른 비타민을 내민다
이 건 더 좋은 약이예요
알쯔하이머 치매 노인
그는 정말 몸이 아픈 것인가
하얗게 빛바래진 채로 종일
무엇을 기다리며
저토록 목이 멘 것인가.
인제의대 흉부외과 명예교수/온천 사랑의요양병원장/<미네르바>(2006) 등단/시집 <때론 너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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