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방
신새벽 아니면 저녁 어스름에
요양원 복도의 화분마다
치매 노부께서 거름 섞인 물을
골고루 나누어 주신다
요양사 아줌마들 말리다가
팔뚝 여기저기 피멍울 들었다
화분의 꽃들이
봄날 따뜻한 세례 받고
예쁘게 피어나고 있구나
민들레방에 슬쩍 들어가
이름 모를 할머니를 깨우고
이불까지 들어 올리신다
여기 내 사랑 있냐고
막내 아들 방문해 여쭸는데
뒷골 논에 다녀오는 참이란다
네 농사는 잘됐냐고 되물으신다
2016년 가을호 시와정신 등단, 논산 권내과의원 근무, 필내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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