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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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2.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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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
김호준
김호준

하얀 눈 입자들이 초록빛으로 밀려나가는 것은
겨울나무처럼 잔잔히 머물러 있어 유독, 사연이 깊은 
나의 두 다리 
그들의 증언 덕분이다
신발 밑에서는 자박
얼음이 자박거리다 못해 푸르다
 
언제부터인가 불어 닥친 눈바람 소리에 시려 
시린 빙판 위를 걸어오면서 나는 
투명했던 임종들을 말없이 지켜왔다 
죽음으로서 온화해지는 무리들을 멀리 떠나보내며 그렇게
 
얼음에게도 있다는 심장은 
따뜻해져서 혈류를 흘리고 
풍랑에 휩쓸리듯 유약한 경사를 따라 
목이 마르다는 눈으로 물빛 신음을 내고는 하였다
 
얼음처럼 단단해져 다리가 잠겨버린 초록빛은 
어느 생의 꿈만큼이나 사소했던 것일까 
나는 육지로 돌아와 초록빛이 벌이고 있는 초록빛을 파보기로 하였다 
나직한 목소리들이 도란도란 울려 퍼지고 있다
 

공중보건의사/2014년 <시와 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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