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여자
은하의 고독한 불씨로 던져져
팽창하는 자유의 횃불로
우주의 검은 바다를 밝히는
중년의 독신녀이다
불꽃의 절반을 태우며
갱년기에 접어든 여왕의 모습
적색 거성, 거대한 적혈구의 용광로
심장이 불꽃을 뿜는다
그녀를 연모하는 뭇 행성들이
홍염紅焰 의 치맛자락에 휩싸여
별똥별이 되어
한여름 밤의 불나방처럼
열락의 분신을 한다
늪처럼 깊은 자궁의 내막 속에
오랜 욕망에 지친 흰 뼈를 묻으려는
백색 왜성들의 수억 마리의 꿈들,
모천처럼 찾아가는 블랙홀이
그녀의 단전 속에 있음이다
때로는 여왕벌처럼 외롭고 슬플 때
울먹임의 파도가 은하의 유역에 범람하여
쓰나미에 떠내려간 유성들이
궤도를 잃은 우주의 유랑자가 된다
훗날, 마지막 몸 보시 다비로
초신성超新星의 광채로 어둠을 밝히는
우주의 등대가 되려는 그녀!
떠도는 혼의 유성들을 초혼가로 불러 모아
우주의 어머니처럼 용광로 가슴으로
얼음 운석이 된 심장들을 품어주려는 것이다
새로운 별의 마그마로 녹여주려는 것이다.
김영철내과의원 원장 / <미네르바>(2007) 등단/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시집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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