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탄생
우리는 콘센트에 각각 꼽힌 충전기처럼 완충되기를 기다리며 각자 모르는 체로 자기 세상에 앉아 있었다 바라던 연락은 계속 오지 않았고
표정은 네온사인처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며 바삭바삭하게 변해갔다 목이 말라 생수 한 병이 간절했지만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세상의 뒷골목은 비가 와서 씻겨나갈 때 외에는 대부분 지저분했고 술에 취한 남녀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다가 침을 뱉고는 했다
당신의 과거가 스며 있는 얼굴을 가만히 만져보고 싶었다 배달된지 오래되어 식어빠진 통닭에 따라온 무처럼 이제는 차갑겠지
얼굴은 오래 식사를 걸러 앙상해진 등의 견갑골처럼 가냘프다 그 곁에는 꼭 지켜져야하는 지독한 의무처럼 턱선이 흐르고
우리는 왜 사랑을 나눌 때 조차도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이었을까, 뜨거운 낮을 지나면 늘 젖은 밤이 오듯이
양산연합소아과의원장 / <시와사상>(2016) 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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