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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
[신간]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8.02.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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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칸타쿠지노 지음/김희정 옮김/부키 펴냄/1만 3800원
ⓒ의협신문
ⓒ의협신문

당신은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가?

인간은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고통과 슬픔을 안겨 준 사람에게 극심한 증오와 분노를 느끼고,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른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죄와 용서를 둘러싼 다양한 종교적 진리와 철학적 성찰 속에서 용서의 조건이나 가치를 접하지만 수많은 감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용서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진정한 용서는 가능할까.

영국의 저널리스트로 <가디언>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타임스> <옵저버> 등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마리나 칸타쿠지노가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를 펴냈다.

저자는 2004년 비영리 자선단체 '용서 프로젝트'를 설립해 용서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용서가 상처와 트라우마를 탄력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임을 보여주고 있다. 2007년부터는 잉글랜드와 웨이즈에 범죄자들을 위한 교정 및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롱포드상' 특별상을 받았다.

이 책은 '용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용서 경험을 공유한 마흔 여섯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학대나 폭력, 테러, 학살, 전쟁 등으로 물리적·정신적 외상을 입었지만 복수 대신 용서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아들을 죽인 소년을 용서한 그레이스,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들을 용서한 매들린,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 폭탄 테러범을 만난 조, 그리고 범죄와 폭력에서 벗어나 속죄의 삶을 선택한 새미….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감내하며 이들은 어떻게, 그리고 왜 용서를 결심했을까. 이 책은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종교적·사회적 갈등이 넘치는 어두운 미래의 문턱에서 희망의 흔적을 좇는다.

저자는 용서가 매우 강력한 치유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용서는 목적이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사람들이 용서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복수가 또다른 공포와 폭력을 낳는다는 것을 절감하고 자신의 고통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추동력으로 삼는다. 완전한 용서란 있을 수 없지만, 용서를 결심하는 순간 과거의 고통과 슬픔에서 자유로워지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게 되는 시작이 된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수용소군도>에서 인류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들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선과 악을 가르는 선은 모든 인간의 심장을 꿰뚫고 지나간다. 그럴진대 자신의 심장을 파괴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불가한 동시한 불가피한 모순을 가진 용서는 어쩌면 인간에게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또 다른 모순의 다른 모습은 아닐까(☎ 02-3142-0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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