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루 살로메를 기억하는 이유
청진기 루 살로메를 기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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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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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기과)
김재헌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기과)
김재헌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기과)

'지성'을 지닌 여성 배우자를 찾는 데에는 특별한 기준은 없을 것이다. 본인이 판단하고 선택할 일일 것이다. 이전 글(의협신문 1월 22일자 청진기-'우리 안의 진부함, 그리고 지성')에서 말한 물음에 한 시대를 풍미한 서양의 여성을 소개하는 것으로 지금 답하려 한다. '루 살로메'라는 신비스러운 여성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니체와 릴케의 연인, 프로이드의 친구, 예술가의 창작 혼을 자극하는 영혼의 뮤즈, 화려한 남성 편력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여성이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많은 수식어구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많은 지성인들이 그녀를 기억하는 것은 왜일까? 그 시대 뛰어나다던 모든 남성 지식인들의 흠모가 왜 이 여성에게만 쏠렸을까? 또한 흠모로 끝나지 않고 그 남성들에게 영향을 주어 창작 혼을 자극시켜 수많은 명작들을 쏟아내게 하는 모티브가 됐을까?

필자는 그 대답을 그녀의 숭고한 사상에서 찾았다.
그녀의 외모가 아주 뛰어났던 것도 아니고 집안이 훌륭했던 것도 아니지만 분명한건 그녀의 지성은 동시대의 여성들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훨씬 앞서가는 것이었다. 수많은 남성들은 그녀가 가진 지성에 감동하고 본인들이 갖고 있던 지식에 대한 목마름의 해답을 그녀에게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녀의 숭고한 사상은 그녀를 흠모하던 많은 남성들에게 많은 사회로의 플러스 작용을 하게 했다. 진정 그녀의 숭고한 사상은 '지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의 최고 철학자로 통하던 니체는 그의 편지에서 그녀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이제까지 그 아가씨처럼 재능 있고 사색 깊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삼십 분만 함께 있으면 서로 크게 얻는 점이 있으므로 둘 다 행복해집니다. 이 마지막 1년에 내 최대 저작을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참으로 멋있는 회고이다. 두 사람이 만나서 행복해지는데 30분밖에 필요 없다는 니체의 표현도 멋있지만 더 놀라운 건 그렇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루 살로메의 과거를 잠깐 보고 가자. 본명은 루이즈 폰 살로메. 루이즈 폰 살로메는 1861년 2월 12일 러시아 수도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장군 구스타프 폰 살로메의 5남 1녀 중 외동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살로메 장군은 독일인의 후예였고, 어머니는 독일과 덴마크 혈통을 이어받은 부유한 제당업자의 딸이었다.

루이즈는 동화 속 공주처럼 화려하고 평온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페테르스부르크 뒷골목에 가난과 질병, 무지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어린 시절의 그녀의 과거는 그녀의 따스한 감성을 유지해주는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이후 그녀는 스위스에서 공부를 계속하며 신을 벗어난 새로운 가치관을 찾아 나서고 그 해답을 '정열'에서 찾는다.

따스한 그녀의 감성과 삶에 대한 정열은 그 당시 남성들에게는 숭고한 것으로 받아들어져 많은 이들의 모티브로서 작용했다. 그 당시의 여성에게 기대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앞서갔던 지성이었기에 당시에는 거부감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지성만은 너무 숭고해 당시 많은 남성들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준 것만은 사실이다.

한번쯤은 누구나 완벽한 여성을 만나길 원한다. '완벽하다'라는 표현이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게 좀 안 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관적으로 붙이자면 숭고한 지성을 지닌 이 여성에게 그 수식어를 선사하고 싶다. 30분만 있어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여자, 그 여자의 숭고한 영혼과 사상에 매료돼 모든 남자를 진정한 예술가로 재탄생시키는 여자,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한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의사가 찾는 완벽한 여성이라는 단상이 너무 세속적이지는 않은지. 미스코리아처럼 아름답고 재벌처럼 돈이 많고 등등 이런 것 만 너무 찾는 것은 아닌지 우리 한번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남긴 시 하나를 첨부하며 글을 끝낼까 한다. 너무 멋진 시이다.

삶의 거센 투쟁과 수많은 괴로움 없이, 뜨거운 감동과 박력 없이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시대를 앞서가는 숭고한 한 여성의 어록에서 '완벽하다'라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한 사람의 의사로서 우리 사회의 거센 파도 속에서 수많은 괴로움과 뜨거운 감동 그리고 정열을 쏟아내며 이 사회에 힘이 되는 본연의 빛을 발하는 그런 의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루 살로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는
삶의 거센 투쟁과 수많은 괴로움 끝에
비로소 한 조각 하늘을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게 되고
그제서야 그곳으로부터 그의 생활에
한 줄기 밝은 빛이 비쳐들게 되는 것이다.
그때가 돼서야 그는 일상생활의 먼지 속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그 쟁취한바 자유로운 에테르의 높이에 항상 주목하고 있을 수가 있다.
마음에 뜨거운 감동과 박력을 지니고 인생과 용감하게 싸우는 자에게는
누구에게나
이런 푸른 하늘의 한 구석이 열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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