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선생님 오래 사셔야 제가 오래 살아요~"
청진기 "선생님 오래 사셔야 제가 오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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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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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언휘 원장(대구 수성·박언휘종합내과의원/한국노화방지연구소 이사장)
박언휘 원장(대구 수성·박언휘종합내과의원/한국노화방지연구소 이사장)

바람이 불고 있다.
입춘을 넘긴 겨울바람이 영하 13도를 가르키는 날이다.
내고향 울릉도에 적설량이 163.5㎝라는 기사를 읽고 제주도에서 천혜향이라는 비타민씨가 많은 과일을 들고 왔다.

천식 환자이며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인 그는 숨을 쌔엑쎄에에엑~~ 몰아쉬면서 힘든 말을 이어나갔다. 
"선생님이 오래사셔야 제가 오래 살수 있어요."
설날이 가까워진 내방에는 각종 먹을 것으로 가득 찼다.

얼핏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는 진료실이지만 귤향기가 오히려 신선하게 내코끝을 자극한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가슴속에서 울컥치밀어 오르며 코끝에서 눈시울로 시큰해짐이 번져왔다.
20년을 넘게 장애인들을 위해 진료와 봉사를 해오면서, 나는 골프 한 번 쳐보지 못했다.

미국서 배워온 실력아닌 실력은 이미 사라진지가 오래이고, 심지어 어떤 친구들은 "나이들어서 골프를 못치면 외로울 것"이라며 협박까지 해왔지만 골프를 치러갔다가 어느 아픈 장애인때문에 하루종일 마음 아팠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한구석이 저며온다.

언젠가 신문에서 대학생이 주식으로 번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모습을 보며서 흐뭇해 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험난하고 어려운 세상에 신문 한 곳에 아름다운 미담으로 배려된 지면을 보면서 "나눔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을 기분 좋게하지?"

잠자리에 누워서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도 페이스북의 화두처럼 묻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눔이란 영어로 'sharing' 바로 미리 갈라서 떼어 놓는다는 것이다.

나눔을 생각하면, 예전 초기 로마시대에 어려운 이들을 도와서 함께 잘 살도록 배려한, 투철하고 높은 도덕적 의식으로 솔선수범해서 재산을 나누던 귀족들이 생각난다.

그후 영국과 이웃나라 일본에서 조차도 기업의 회장들이 전재산의 많은 부분을 기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와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이 전재산의 99%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우리 사회지도층에게 사회나 국가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의미다. 즉 부와 권력·명성 등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회적 직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 실천해야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특히 지금처럼 국가 원수가 탄핵을 당하고, 의사들의 위치가 마치 개인적 부의 착복을 위하는 모습으로 오인되고, 참의료인의 모습들이 잊혀져가는 상태에서 어렵고 힘들때일수록 어려움을 맞이한 우리 국민을 통합하고 그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부유한 기득권층들이 솔선수범해 나눔을 행해야 한다. 

실제로 1∼2차 세계대전 와중에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2000여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영국 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6·25전쟁 때에도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나눔이란 여러 가지가 있다. 직접 눈에보이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물질적·육체적 나눔도 있지만 정신적 나눔도 있다.
정신적 나눔이란 사랑을 나누고 미움조차도 나누는 것, 기쁨과 슬픔도 나누고 영광을 나누는 것, 가난을 나누고 신앙을 나누는 것, 지식을 나누고 분노와 질투조차도 서로 나누는 것. 이 모든 것이 나눔의 대상이며 이 세상에 나누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나눔은 비교적 잘 하지만,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나눔은 잘하지 못하며, 무시하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나눔의 유무가 아주 중요한 것은 인간의 복잡한 문제들 대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나눔은 상대방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눠 주는 것이다.
신이 가진자에게 재물을 줄 때, 혼자 잘살라고 준 것이 아니라, 그 소유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나눠서 쓰라고 준 것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가진 자의 덜 가진 이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다.

나눔은 차고 넘치는 부분을 덜어주는 가진자에게서의 빼기가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더하기이다. 이것이 진정한 나눔이다.

남보다 많이 가졌다는 것은 남보다 더많이 나눠야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모두 채워진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라도 특별한 재능이 한 가지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세상은 어떤 의미로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노래를 잘하는사람, 언변이좋거나, 힘이 세거나, 눈이 더 밝거나, 건강이 더 좋은 사람 등….

가진자가 나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신의 심판을 받게 된다.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잘 시행돼 왔으며, 이것이 잘 이뤄질 때 진정한 복지 국가가된다.

우리나라는  '뉴하이' '뉴리치' 등의 신흥 정치세력으로 인한 신분상승 및 졸부들이 많은 까닭에 더욱 더 가진자들의 나눔에 대한 책임이 필요한 것을 절실히 느낀다.

빗방울이 모여서 바다가 되듯, 작은 나눔과 봉사가 행복한 우리나라를 만드는 진정한 애국임을 믿는다.
어렵고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나눔과 봉사활동이 바로 해피바이러스로 확산돼 우리사회에 만연한 분열과 불신의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적 신뢰를 재확립해서 진정한 국민 융합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눔은 반드시 부메랑 처럼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필자 개인의 오랜 경험에서 깨달은 나눔에 대한 개인적인 소망이다.
바람이 분다.

차가운 영하의 바람은 눈 속에 갇히고, 폭풍우 때문에 육지로의 진학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나의 유년시절을 기억나게 한다.
이 차가운 바람은 거리와 진료실 밖 복도까지 얼게하고 있다.
하지만 내눈시울을 뜨겁게 달구는 그 한마디가 천혜향과 함께 밤 9시까지 매일 열려있는 내진료실을 훈훈하게 데우고 있다.
"선생님이 오래사셔야 제가 오래 살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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