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심평원 삭감 관행 '브레이크'
법원, 심평원 삭감 관행 '브레이크'
  • 송성철 기자
  • 승인 2018.02.0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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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확인서 하루 늦었다"...가산금 4개월 치 삭감
법원 "신고서 접수로 법적 효력 발생…행정청 재량권 없다"
신고서 접수일과 설치·사용 증명서 발급일이 하루라도 늦을 경우 분기(4개월) 동안 요양급여비(방사선사 필요인력 가산금)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신고서 접수일과 설치·사용 증명서 발급일이 하루라도 늦을 경우 분기(4개월) 동안 요양급여비(방사선사 필요인력 가산금)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법적 효력은 보건소에 신고서류를 접수한 즉시 발생한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신고서 접수일과 설치·사용 증명서 발급일이 하루라도 늦을 경우 분기(4개월) 동안 요양급여비(방사선사 필요인력 가산금)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은 A요양병원장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방사선사 필요인력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2017누57709)에서 피고(심평원)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심평원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 최근 확정됐다.

앞서 열린 1심(서울행정법원 2016구합85279, 2017년 6월 9일 선고)에서도 심평원의 방사선사 필요인력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A병원이 방사선 촬영장비 고장으로 새로운 장비를 교체·설치한 2016년 9월 6일에 시작됐다. A병원장은 9월 6일 관할 보건소에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양도 신고'와 함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설치 및 사용 신고'를 했다. 관할 보건소 직원은 신고서 접수 당일인 9월 6일 '양도신고증명서'를 발급했다. 

하지만 '설치 및 사용 신고서'에 첨부한 제조허가증 사본의 인쇄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한 관할 보건소 직원은 "인쇄상태가 좋지 않아 제조허가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사본을 다시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제조업체에 제조허가증 사본을 요청해 다시 받은 후 보건소에 제출하고, 서류 확인과 심평원에 바코드 발급을 요청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설치·사용증명서 발급은 신고한지 이틀이 지난 9월 8일에야 이뤄졌다.

심평원은 "신고서는 9월 6일 접수하고, 확인서는 9월 8일 발급한 만큼 9월 7일 하루 동안 방사선 장비를 적법하게 설치·운영했다고 볼 수 없다"며 2016년 4분기(6월 15일∼9월 14일) 4개월 동안 방사선사에 대한 필요인력 가산금을 불인정한다고 통보했다.

심평원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사용하는 만큼 기준을 다소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가산금을 불인정한 배경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행정해석과 실무에서 신고증명서를 발급한 후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점도 들었다.

A병원장은 적법하게 신고한 이상 심평원이 필요인력 가산금을 불인정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1심에서는 "의료법 제37조 등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하려는 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 신고에 일정서류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신고를 받은 관할 관청에 대해 신고의 실체적 요건을 심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행청청의 심사 권한에 관한 항목이 의료법에 없다는 점을 짚었다.

1심 재판부는 "방사선 발생장치의 설치·운영에 관한 신고에 있어 관할 관청이 수리 통지를 할 때가지 기다릴 것 없이 신고인이 적법한 신고를 마침으로써 바로 신고의 효력이 발생한다"면서 "행정청이 수리를 해야 신고의 법률 효과가 발생한다"는 심평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행정청은 신고의 수리 여부에 관해 아무런 재량권을 행사할 수 없고, 행정청의 심사권은 제출 서류의 적식 여부에 관한 형식적인 심사에 한정된다"면서 "수리행위라는 사정에 의해 신고의 효력 유무를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2016년 9월 6일 신 장비 설치·사용 신고를 함으로써 신고 효력이 발생했다고 할 것이므로 2016년 9월 7일 하루 동안 방사선 촬영장비를 적법하게 설치·운영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와 다른 판단에서 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 판결에 무게를 실었다.

요양급여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심평원의 통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에 나선 노동훈 카네이션요양병원장(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홍보이사)은 "관할 지자체에 적법하게 방사선 장비 신고를 마쳤음에도 심평원이 불합리한 심사 규제나 지침을 내세워 급여비를 불인정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면서 "법을 준수했음에도 불합리한 자체 규정이나 지침을 들어 요양급여비를 삭감하거나 인정하지 않아 적지 않은 요양기관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병원장은 "제대로 진료하고도 요양급여비를 인정하지 않는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지 않으면 정당한 진료를 할 수 없게 되고, 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불합리한 삭감이나 불인정 관행이 반복돼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소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고의 변호를 맡은 서울의대 출신 이영호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고법 판결에서는 의료기관에서 방사선 발생장치의 설치·사용 신고를 하더라도 신고증명서를 발해야 사용이 가능하다는 기존의 의료방사선 안전관리편람 및 보건복지부 행정해석과 달리, 요건을 갖추어 신고한 경우 신고증명서의 발급 여부와 무관하게 신고 당시부터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다른 판단을 했다"면서 "향후 방사선기기의 설치·사용 신고를 한 의료기관에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점에 관해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설치 및 재설치 과정에서 신고서 접수와 확인서 발급일이 다르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를 삭감해 왔으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10년 넘게 고수해 온 편람과 실무 지침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행정해석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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