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한 진료했다면 위자료라도 배상해야"
"불성실한 진료했다면 위자료라도 배상해야"
  • 송성철 기자
  • 승인 2018.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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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상태 보고 안한 건 잘못"...상당인과관계 불인정
서울고법 "정신적 고통 배상해야"...1심 기각 판결 뒤집어
주의의무 위반과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되지 않지만 보고를 소홀히 해 치료받을 기회를 놓친 데 대해서는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주의의무 위반과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되지 않지만 보고를 소홀히 해 치료받을 기회를 놓친 데 대해서는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현저하게 전력을 다하지 않은 불성실 진료로 평가된다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음에도 의사에게 보고를 하지 않아 치료 받을 기회를 놓친 데 대해서는 정신적 위자료라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고등법원은 A씨와 B씨가 C의료법인 병원과 D학교법인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1억 200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D학교법인 대학병원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1심 판결과 달리 C의료법인 병원에 대해서는 각각 2000만 원씩 총 4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A씨가 두통·오심·구토 증상으로 2011년 2월 18일 오후 8시 22분경 C의료법인 병원에 내원하면서 시작됐다.

C병원 의료진은 혈액검사를 실시했으나 특이소견이 없고, 구토 증세만 있다고 판단, 수액과 구토억제제를 투여했다. 증상이 호전된 A씨는 오후 9시 43분경 귀가했다.

하지만 구토 증상이 재발한 A씨는 2월 19일 새벽 4시 32분경 다시 C병원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혈압·맥박·호흡수·체온 등 생체징후가 정상 범위내에 있고, 1차 내원 당시 혈액검사 결과도 정상이었다는 이유로 수액과 구토억제제를 투여한 후 일반병실로 옮겼다.

2월 19일 오전 5시 50분경 안색이 창백해지고, 호흡곤란 및 복통을 호소하자 간호사는 반좌위 자세를 취하게 하고, 심호흡을 유도하면서 산소를 투여했다. 

하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은 A씨는 오전 7시 45분경 혼수상태에 빠졌다. 

C병원 의사는 오전 7시 55분경 뇌CT촬영을 실시하고, 오전 8시 10분경 중환자실로 옮겨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혈중 칼륨 논도가 7.6mmol/ℓ(참고치 3.5∼5.0), pH 6.91(참고치 7.35∼7.45),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 2.4mg/㎗(참고치 0.6∼1.2) 등으로 나타나자 대사성 산증 및 급성신부전으로 진단하고 중탄산나트륨 제제와 칼슘 클루코네이트를 각각 투여했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고 혼수상태에서 회복되지 못하자 오전 11시경 D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다.

D대학병원 의료진은 오전 11시 28분경 뇌CT촬영을 실시하고, 12시 40분경 요추천자를 실시했으나 세균감염이 확인되지 않았다. A씨의 증상을 대사문제로 인한 의식저하로 판단한 D대학병원 의료진은 내과중환자실로 입원시켜 오후 6시 46분경 투석치료를 실시했다.

2월 20일 오후 3시 35분경 뇌CT 결과, 뇌부종 증세가 악화된 사실을 확인한 의료진은 신경과와 상의, 바이러스성 뇌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항버리어스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당시 뇌CT 촬영에서 뇌사가 의심되는 상태로 나오자 생명유지를 위한 보존적 치료를 계속했으며, 결국 3월 8일 오후 7시 43분경 사망했다. 원사인은 간부전, 심부전, 호흡부전 및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A씨 가족은 C병원 의료진이 정맥주사로 약물을 과다 투여, 약물중독으로 인한 의식소실·급성신부전·고칼륨혈증 등을 일으켰음에도 대사성 산증으로 오진하고 잘못된 치료를 했다고 주장했다.

D대학병원 의료진에 대해서도 조속히 혈액투석치료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뇌압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처치를 하지 않았다며 과실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C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사망했다고 볼 수 없고, D대학병원 의료진의 진단 및 치료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 역시 C병원 의료진이 구토억제제를 과다 투여해 악성신경이완증후군이 발생했다거나 탈수 증세에 대한 진단 및 처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퇴원 당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사성 산증의 진단 및 치료를 지연한 과실로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인과관계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D대학병원 의료진이 혈액투석치료를 지연했다거나 요추천자 검사를 시행한 데 대해서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2월 19일 오전 5시 50분경 안색이 창백해지고 호흡곤란과 복통을 호소하면서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음에도 이러한 상태를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음으로써 치료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도록 한 데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례(2004다61402 판결)를 인용, "의료행위의 속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의료진이 환자의 기대에 반하여 치료에 전력을 다하지 아니하였다면, 비록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일반인의 처지에서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에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다면 그 자체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그로 말미암아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망인에게 급속히 진행된 뇌병증 및 대사성 산증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C의료법인 의료진이 진단 및 치료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2차 내원 후 약  1시간 만에 급속히 악화되었음에도 의사에게 이러한 환자의 상태를 보고조차 하지 아니하고, 의식을 상실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뇌병증의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있는 기회조자 갖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일반인의 처지에서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며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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