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의 피부를 위한 21년 손길
한센인의 피부를 위한 21년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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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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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길병원 피부과 박향준 교수

박향준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피부과)는 1997년부터 21년 동안 매주 월요일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한국한센복지협회 부설의원으로 출근한다. 

한국한센복지협회 부설의원 재건 및 성형 담당 위촉의사로서 한센병 치료 후 얼굴과 손발에 남은 후유증을 치료하며 사회적 차별과 편견으로 생긴 마음의 병을 치유해주고 있는 것이다. 

소탈하고 꾸밈없이 솔직한 이 여교수는, 뒤에서 묵묵히 일해온 조연에게도 희망과 격려를 보내주어 감사하다는 소회를 전했다.

어린시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롤 모델로 10년동안 바이올린 공부를 했다는 박향준 교수. 

"한센병은 신경질환입니다. 병이 나은 후에 신경 손상은 어쩔 수 없고, 겉으로 보이는 장애도 크지요. 장애를 호전시키거나 티가 안 나도록 재활성형을 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박향준 교수는 1997년부터 21년 동안 매주 월요일 오전 시간을 한국한센복지협회 부설의원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보냈다. 그가 하는 일은 주로 피부외과 분야의 수술. 이미 8년 전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을 수상한 안성열 원장(서울 강남·안성열성형외과피부과의원)·김종필 한국한센복지협회 연구원장과 함께 꾸린 재활성형팀의 오랜 팀원이다. 

박향준 교수는 처음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를 시작한 것은 어쩌면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됐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작은 봉사와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피부외과는 매우 생경했거든요. 안성열 원장께 외과 수술에서의 테크닉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컸습니다. 그런데 재활성형팀에서 함께하다 보니 이 일이 참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벌써 21년이 흘렀네요."

의학이 서구보다 30년 정도 뒤쳐졌던 그때, 국내에서 피부외과의 개념이 미처 자리 잡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산부인과나 소아과를 택했는데, 박향준 교수는 피부외과에 관심이 갔다. 그렇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제1호로 피부과를 전공한 여성 전공의가 탄생했지만 수술적인 테크닉은 좀처럼 배우기 힘들었다고. 박향준 교수의 진료 및 관심분야는 피부암·손발톱수술·피부외과학·미용피부과학 및 미용피부외과학이다. 

"피부외과는 표피·진피·피하지방·근막까지 관여합니다. 그 밑에 뼈나 골격으로 들어가는 순간, 정형외과에서 담당하게 되는 겁니다."

피부외과는 피부암 수술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보톡스·필러 등의 성형이나 미용술. 피부암 수술에서 진단만 내리고 치료를 위해 타 과로 의뢰되었을 경우 치료 후 추적관찰이 어려워졌다. 그렇게 피부암 환자들의 토털케어를 위해 피부외과라는 고유의 영역이 탄생했다는 것이 박향준 교수의 설명이다.    

시작은 개인적인 이유였을지라도, 박향준 교수의 한센인 재활성형 의료봉사는 21년이나 계속됐다. 해외 학회나 출장을 제외하곤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박향준 교수는 직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갈등도 여러 번 겪었다고 지난 시간을 술회했다. 

"그럼에도 지속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보람과 사명감입니다. 무엇보다도 예전에 치료를 받지 못해 얼굴과 손발에 후유증이 있는 분들에게 사회의 차별과 편견 때문에 생긴 마음의 병을 치유해줄 수 있다는 것은 큰 보람이었죠.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결심과 의지가 가벼우면 어떤 일도 해내지 못한다고 배웠거든요."

 

한센인 '마음의 병' 치유 보람·행복
사회적 편견·차별 지우는 노력 계속

한국한센복지협회 부설의원에서 대다수의 의료봉사자들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많은 의사들을 지켜봤다. 그때마다 다시 한 번 결심하고 스스로 의지를 다졌다. 물론 함께하고 있는 재활성형팀에서 박향준 교수의 직장으로 협조 공문도 수차례 보내주었고, 팀원들의 진심어린 위로도 큰 힘이 됐다. 그가 치료한 한센인이 자신감을 회복해나가는 밝은 모습을 보는 일은 더없이 행복했다. 

한센병은 초기에 발견하여 1년 정도 약을 복용하면 전염성이 사라지고 신체 증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새로운 환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센인의 평균 연령도 꽤 높다. 한센병을 퇴치·예방하고 의료적·사회적 재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한센복지협회는 여전히 역할을 다 하고 있다. 한국한센복지협회에 따르면 현재 한센인이라고 등록돼 있는 이들은 국내에 1만 33명이다. 125명이 활동성 환자로 추정되며, 2016년 새롭게 등록한 한센병 환자는 3명이다. 네팔·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같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발병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한센병에 대한 오해를 거두었으니, 이제 그들에게 절실한 것은 후유증을 지워나가는 것. 재활성형팀은 한센인들에게 남은 후유증을 지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1년 동안 매주 월요일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한국한센복지협회 부설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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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롤 모델 삼아 바이올린을 10년 이상 켜던 소녀는 무대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모색했다. 그러다 인체를 공부하며 오묘한 이치를 깨닫는 의사의 길에 매력을 느꼈고, 의사가 된 이후에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됐다. 지금까지 한센인에게 아름다운 손길을 나누어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생명은 기다려주지 않기에, 의사들은 다른 직종에 비하면 고생 참 많이 하잖아요. 극히 일부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전공의들이 고생하는 모습 보면 그 고생이 헛되지 않게 고비를 넘기고 조금만 더 견뎌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박향준 교수는 후배 의사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라고도, 생명에 대한 경외를 가지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몸이 힘들고 아픈 환자들에 대한 공감능력을 가지는 의사가 되길 바란다. 어차피 사회란 다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니 말이다. 

"봉사를 하는 곳에도 어김없이 팀장이자 리더, 주연들이 있지요. 그들에 비하면 어시스턴스로 시작해 큰 고비 없이 지속해온 저 같은 사람은 조연에 불과합니다. 우리 재활성형팀에도 안성열이라는 거목이 존재하지요(웃음). 이번 인터뷰에 많이 놀랐습니다. 뒤에서 일해온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격려를 전해준 셈이랄까요."

처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 후보가 된다는 소식에, 상과 인연도 관심도 없었던 자신이 받아도 될는지 고민스러웠다는 박향준 교수. 봉사라는 말조차 거창하고 민망했던 그였다. 그런데 피부과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다른 많은 의료인들, 자신과 같이 조연으로서 뒤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인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 

박향준 교수는 앞으로 의사를 계속하는 한, 손을 쓸 수 있는 한 지금껏 해온 한센인 재활성형 의료봉사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 밝혔다. 훗날 그의 말처럼, 봉사를 지속해나가는 데 부디 보령의료봉사상이 희망과 격려가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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